- 하반기 유럽 승부수 전략 차질 불가피
- 기아차로도 번질 가능성…통상임금 등 부담가중
［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현대자동차가 중국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보복 등에 따른 상반기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최우선 해법으로 유럽 시장 확대를 선택했지만, 노조가 현대차 모든 공장에서 부분파업을 실시하기로 하면서 유럽에 수출될 주요 전략 차종 생산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 시장 판매급감으로 수익성에 적신호가 켜진 가운데서도 6년 연속 파업을 선택함으로써 노조는 역대 최악의 위기를 목전에 두고도 이를 외면했다는 비난여론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자동차산업회관 회의실에서 한국자동차산업협회협동조합 등 부품협력사들이 현대ㆍ기아차의 판매급감에 따른 경영위기를 호소했다. [사진제공=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
▶역대 최저 순익인데 성과급 30%달라는 노조= 현대차 노조는 10일 오전 11시 30분부터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조별 근무자들이 2시간 동안 파업하는 방식이다.
오는 14일에도 1조와 2조가 각 2시간씩 모두 4시간 파업할 계획이다. 노조는 이번 주말부터 휴일 특근도 중단하기로 했다. 이후 투쟁계획은 오는 16일 쟁의대책위 회의를 열어 논의할 예정이다.
노조 측은 “쟁의권 확보 이후 파국을 피하려고 노력했지만 사측의 교섭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 회사가 상반기 경영실적 급락과 대내외 환경 등의 어려운 여건을 강조하면서 노조의 일방적인 양보만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올해 임금 15만4883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순이익 30%(우리사주포함) 성과급 지급, 완전한 주간연속 2교대제(8시간+8시간 근무) 시행, 정년 연장(현 60세에서 연금 지급 시기까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올 2분기 현대차의 당기순이익은 9136억원에 그쳐 2010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처음으로 1조원 아래로 떨어지는 등 역대 최저 순익을 냈다. 하반기에도 수익성 개선을 장담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는 초기 요구를 고집하고 있다.
▶유럽 전략 차종 수출에 불똥= 현대차는 지난 상반기 해외법인장회의를 통해 중국 시장에서 사드보복 피해가 지속될 수 있다고 보고 유럽 시장에서 집중적인 판촉에 들어가기로 했다. 특히 이달 글로벌 전략 소형 SUV 코나가 유럽에 출시돼 수출물량 생산이 시급하지만 파업 여파로 공급이 위축될 수 있다.
코나 수출물량은 전량 울산 공장에서 생산된다. 올해 코나의 수출목표는 4만1000대다.
국내 자동차 최대 수출 모델인 아이오닉도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는 이스라엘 최대 친환경차 모델로 자리잡았고, 유럽에서는 도요타 프리우스에 단 20대 수준으로 턱밑까지 추격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하지만 파업으로 생산이 축소되면 이 같은 상승세가 급격히 가라앉을 수 있다.
나아가 16일 이후에도 노사갈등이 계속돼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내수와 수출 모두 상당한 영향이 불가피하다.
▶파업확산 전운에 통상임금까지 부품사들 절박= 현대차 파업이 기아차로 이어질 경우 협력사들도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기아차 통상임금 판결도 대형 악재가 될 수 있어 급기야 부품협력사들이 위기감을 호소하고 나섰다.
270여개 자동차부품 업체들의 모임인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과 한국자동차산업학회,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은 공동명의 호소문을 통해 “완성차 매출액의 절반에 해당하는 부품을 생산ㆍ납품하는 중소 협력업체 역시 매출 감소, 가동률 저하 등 경영난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당장 기아차가 8월 중 통상임금 1심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3조원 이상의 우발적 채무 발생으로 추가 차입을 고려할 만큼 심각한 유동성 문제를 겪을 것”이라며 “부품 협력업체 대금결제 등 현금 흐름에도 영향을 미쳐 중소 부품 협력업체는 존폐 위기에 놓일 수 있다”고 했다.
killpass@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