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볼티모어 교량 붕괴, 6명 사망 추정
충돌 막으려 했으나…화물선 전력 꺼져
26일 새벽(현지시간) 미국 동부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항구 입구에 있는 2.6㎞ 길이의 대규모 교량이 대형 컨테이너 선박과의 충돌했다. [AFP] |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미국 동부 볼티모어 항구에 있는 대규모 교량이 대형 컨테이너선과 충돌해 붕괴되며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예비 조사 결과 사고 직전 화물선이 갑자기 동력을 잃은 것으로 나왔지만, 대형 교량과 화물선 모두 사전에 안전 이상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며 구체적인 원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6일(현지시간) AP 통신 등에 따르면 볼티모어 교량 붕괴시킨 대형 화물선 달리호 조종사들은 충돌이 일어나기 직전 속도를 줄이려고 했다. 싱가포르 국적 화물선인 달리호는 사고 당시 컨테이너 약 4900개를 싣고 볼티모어에서 출발해 스리랑카로 향하던 중이었다. 길이는 약 304m로, 이날 조종사 2명과 다수의 승무원이 탑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26일 새벽(현지시간) 미국 동부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항구 입구에 있는 2.6㎞ 길이의 대규모 교량이 대형 컨테이너 선박과의 충돌했다. [AFP] |
클레이 다이아몬드 미국 조종사 협회 전무이사는 메릴랜드 조종사 협회 관계자와의 접촉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다이아몬드는 “배가 출발한 지 몇 분 만에 엔진을 포함해 모든 동력을 잃었다”며 “조종사는 선박이 우회전하는 것을 막기 위해 즉시 방향타를 강하게 좌회전하라고 명령했고, 실제로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박의 전력이 모두 꺼졌고, 조종사가 비상 발전기를 가동했지만 조명만 들어올 뿐 선박이 움직이지 않았다”고 다이아몬드는 덧붙였다. 앞서 공개된 사고 영상에서도 선박이 교각과 충돌 직전 방향을 돌리려 하는 모습이 보였다.
미국 동부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항구 입구에 있는 2.6㎞ 길이의 '프랜시스 스콧 키 브리지'(이하 키 브리지)가 26일 새벽(현지시간) 대형 컨테이너선박과의 충돌로 무너져 내리고 있다. [엑스 캡처] |
달리호는 최근까지도 별다른 이상이 없었기에 향후 사고 원인규명이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선박 정보 시스템 아쿠아시스에 따르면 달리호는 지난해 9월 검사에서 어떠한 결함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그레이스 오션 PTE가 소유한 달리호는 2015년 건조된 이후 전 세계 항구에서 27차례 검사를 받았다. 지난 6월 칠레 항구에서 검사에서 선박의 ‘추진 장치 및 보조 기계’에 문제가 있다고 확인됐으나, 3개월 뒤 실시한 검사에서는 어떠한 결함도 나오지 않았다.
이번 사고로 붕괴된 프랜시스 스콧 키 브리지도 특별한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연방고소도로국이 지난해 6월 발표한 국가 교량 목록에서 해당 교량의 데크, 하부 구조 및 상부 구조 또는 실시간 교통 하중을 흡수하는 구성 요소모두 만족스러운 것으로 평가했다. 프랜시스 스콧 키 브리지는 2019년 하루 평균 약 3만0800대의 차량을 운송했고, 연간 1130만 대의 차량이 통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현지시간) 미국 동부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항구 입구에 있는 2.6㎞ 길이의 '프랜시스 스콧 키 브리지'(이하 키 브리지)가 대형 컨테이너선박 '달리' 호와 충돌로 인해 무너져 있다. [AFP] |
당국은 현재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나 테러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무어 주지사는 “교량 붕괴의 예비 조사 결과 사고로 보이며 테러 공격이라고 믿을 만한 증거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무어 주지사는 “선원들이 당국에 동력 문제(power issue)를 알렸다고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는 선박이 사고 전에 조난 신호를 보내 대형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 조난 신호를 접수한 당국이 빠르게 교량의 차량 통행을 제한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리 위에서 작업 중이던 인부 8명이 추락했으며 이 가운데 6명이 사망했다. 메릴랜드주 경찰은 수중 구조 작업을 진행하다 기상 환경이 좋지 않아 잠시 수색을 중단했다. 8명 중 구조된 1명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binn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