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문화팀=장영준 기자]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사드 괴담이 서서히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가 결정된 후 중국의 한류 콘텐츠를 향한 보복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미 국내 엔터업계를 장악하다시피 한 차이나 머니의 역습니다. 자칫 엔터 업계 전체를 흔들 수 있는 핵폭탄이 될 수도 있다.
올 상반기 중국 기업에서 연예 관련 업체에 투자한 금액은 총 1억 6천만 달러(한화 약 1780억)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중국에서 한국 기업에 투자한 전체 금액의 총 70%에 해당하는 액수로 중국 내의 한류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뜨거운지를 보여주는 반증이기도 하다.
중국 자본이 흘러들어간 내역을 자세히 살펴보면 대부분 연예기획사들에 집중된 것을 알 수 있다. YG엔터테인먼트는 중국 최대 메신저앱 위챗을 운영 중인 텐센트로부터 약 964억원을 투자 받았고, 주원 김윤석 등이 소속된 심엔터테인먼트는 화이브라더스에 인수돼 회사 이름까지 화이브라더스로 바뀌었다.
또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제작한 HB엔터테인먼트는 화이텐센트엔터테인먼트로부터, 연예기획사 씨그널엔터테인먼트는 스피어헤드 인티그레이티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으로부터, '프로듀사'를 제작한 초록뱀미디어는 DMG로부터 각각 투자를 받았다. 이 밖에도 배우 배용준의 연예기획사 키이스트 역시 소후닷컴으로부터 투자금을 받았다.
이처럼 중국 기업들은 올해 들어 국내 엔터 업계에 공격적인 투자를 펼쳐왔다. 가요 예능 영화 드라마 등 분야를 가리지 않았다. 덕분에 국내 엔터 업계 역시 세계에서 가장 큰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고 언제나 부족하게 느껴졌던 제작비에 대한 갈증도 해소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국내 엔터 업계가 중국 자본에 의해 잠식되어 가면서 점차 구조적인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사드 배치가 결정되고 중국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중국 내 한류스타들의 입지가 줄어드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바로 국내 투자의 일방적인 철회다. 이미 중국 자본에 지나치게 의존한 일부 업체에서는 손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표면적으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중국과 맺은 계약들이 일방적으로 해지되거나 취소되는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투자를 받아 공동제작하기로 한 작품도 계약이 안 되고 있다”며 “막판에 계약서에 도장을 안 찍어 무산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토로했다.
국내 연예기획사에 투자한 중국 기업들이 자본을 철수하려는 움직임은 현재까지 포착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가 현실이 될 경우 그 타격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진행 중인 사업이 모두 중단되고 자칫 회사의 존폐마저 걱정해야 할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
중국으로부터 투자를 받은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자본 철수가 그렇게 쉽게 이뤄질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만약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손해는 엄청날 것”이라며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지만 최악의 경우에도 대비를 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cultur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