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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외교장관회담 직전 미묘한 신호
-北 원산항서 석탄 적재 선박 모습 포착
[헤럴드경제=신대원ㆍ문재연 기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에 따른 금수품목인 북한산 석탄이 작년 2차례에 걸쳐 한국으로 반입된 가운데 미국이 우회적인 경고를 보냈다.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유엔 제재를 위반해 북한 정권을 계속 지원하는 주체들에 대해 독자적인 행동을 취하기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20일 보도했다.
이 같은 발언은 VOA가 작년 10월 북한산 석탄이 한국에 유입된데 대한 논평을 요청하자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북한 정권을 계속 지원하는 주체’로 한국을 콕 집어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한국이 북한산 석탄을 싣고 입항한 선박들을 나포ㆍ검색ㆍ동결 등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하지 않은데 대해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 국무부의 입장이 강경화 외교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간 20일(현지시간) 뉴욕 한미 외교장관회담 직전에 나왔다는 점도 주목된다.
일각에선 폼페이오 장관이 회담에서 강 장관에게 이와 관련된 언급을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아울러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모든 유엔 회원국은 유엔 안보리 제재결의안을 이행해야한다”며 “우리는 모든 나라가 그렇게 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북한의 제재 회피 행위에 연루된 주체들에 대해 단호한 행동을 취하기 위해 중국을 비롯해 많은 나라와 협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조심스런 분위기다.
외교부 관계자는 VOA 보도와 관련, “내용을 보면 중국인 업체들의 위반사례에 대해 말하고 있다”며 “우리는 ‘라이트하우스 윈모어’ 등 억류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할 만한 근거가 있는 선박은 억류해왔다”고 강조했다.
또 “작년 10월 이후 정황상 의혹이 가는 부분에 대해 합리적 근거를 확보하기 위한 조사도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앞서 유엔 안보리 결의 이행 차원에서 라이트하우스 윈모어를 비롯해 ‘코티’, ‘탤런트 에이스’ 등의 선박을 북한에 정유제품을 넘긴 등의 혐의로 억류하고 조사한 바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스카이 엔젤’과 ‘리치 글로리’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중이며 조사결과에 따라 관계자도 처벌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미국 내에서는 남북 간 대화와 협력이 본격화되면서 대북제재 완화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완전히 거두지 못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VOA는 전날 민간 선박정보사이트 ‘마린트래픽’을 인용해 작년 10월 북한산 석탄 반입 이후 리치 글로리와 스카이 엔젤이 각각 최소 16차례, 6차례씩 한국을 드나들었다면서 “위법행위를 저지른 배가 20번 넘게 한국 항구에 정박했지만 억류 조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리치 글로리는 작년 10월11일 5000t, 스카이 엔젤은 작년 10월2일 4000t으로 추정되는 북한산 석탄을 러시아를 경유해 들여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편 민간 위성업체 ‘플래닛’이 지난 16일과 18일 원산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에서는 석탄이 야적된 원산항 옆에 약 90m 길이의 선박이 정박해 있고, 이 선박에 석탄으로 보이는 검은색 물질이 가득 차 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