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현대아산 금강산 관광사업 독점권 취소’ 배경은 크게 두가지로 분석된다.
우리 정부에 금강산 관광 재개를 압박하고, 중국인을 중심으로 한 해외 관광객 유치를 위한 명분을 사전에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만큼 ‘외화벌이’가 다급하다는 의미다.
북한 대남기구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대변인은 8일 “현대 측에 준 독점권에 관한 조항의 효력을 취소한다”며 “북측 지역을 통한 금강산 관광은 우리가 맡아 하되 해외사업자에게 위임할 수 있고, 남측 지역을 통한 관광은 현대가 계속 맡아 한다”고 밝혔다.
▶북 의도는?=북한은 그동안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 남북 당국 간 회담 개최를 제의하는 한편 지난해 4월 금강산 주요시설을 몰수ㆍ동결하는 등 강온전략을 구사했다.
이번 조치도 강온전략의 연장선으로, 현대를 압박함으로써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 전환을 통해 금강산 사업을 재개하겠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해외사업자에게 사업권을 위임할 수 있다고 한 것은, 남측과 관광 재개가 끝내 안될 경우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해 외화를 벌어 들이려는 뜻으로 보인다.
중국 여행사들은 지난해 5월 북한 단체관광을 시작하면서 외금강 관광을 포함한 상품을 판매하기도 했다. 북한 경제사정이 매우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금강산 관광이 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수단이란 평가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지금까지 대화와 압박 전술을 병행하면서도 대화에 무게를 뒀다면 앞으로는 압박쪽으로 이동할 수 있다”며 “다만 실제 행동이나 격렬한 비난까지 가기는 어렵고 북미관계의 진전상황에 따라 그 강도와 속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강산 관광 존폐 기로=금강산 관광은 전반적인 남북관계의 개선이 이뤄지기 전까지 재개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정부 관계자는 “금강산 관광은 북한의 우리 관광객 피격사건으로 중단된 만큼 진상규명, 재발방지책 마련, 관광객 신변안전 보장 등의 조치가 있어야 재개될 수 있다”며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북한의 조치는 남북 사업자 간 합의와 남북 당국 간 합의를 위반하는 것은 물론 국제관례에도 어긋나는 일로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이 천안함ㆍ연평도에 대한 사과를 바탕으로 전반적인 남북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고 우리 정부가 요구하는 금강산 재개를 위한 3대 조건을 수락한다면 금강산 관광은 다시 시작될 수 있다.
정부로서도 사업의 직접적 당사자가 민간인데다 남북간 합의에 의해 시작된 사업인 만큼 조건만 성숙된다면 언제라도 관광을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번 발표가 구체적 행동으로까지 이어진다면 북한은 평양을 통해 외국인 관광객을 들여보내거나 지난해 4월 동결한 현대아산의 금강산 관광 시설물을 이용하려 들 수도 있다. 이 경우 관광 재개의 길은 더욱 요원해 보인다.
▶술렁이는 현대아산=현대아산은 술렁이고 있다. 금강산 관광은 현대그룹의 상징적인 사업인 만큼 애착이 강하다. 현대아산은 관광 중단으로 그동안 3573억원의 매출 손실을 봤고 현재 금강산에는 16명이 남아 있다.
현대아산은 “북한의 일방적인 조치는 철회돼야 한다”고 밝혔다. 회사는 “금강산 관광과 관련해 북측과 맺은 모든 합의는 어느 일방의 통보로 취소되거나 효력이 상실되는 것이 아닌 만큼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이번 조치가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어서 관광의 재개만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안현태 기자/pop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