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꼬이는 MB 중ㆍ일... 국민감정도 좋지만
뉴스종합| 2011-12-19 10:35
해경살인 사건과 위안부 문제로 한ㆍ중ㆍ일 동북아 3국 외교에 극한 대립각이 형성되는 등 집권 말기에 접어든 이명박 정부의 외교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18일 한ㆍ일 정상회담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에게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시간이 없다. 총리가 정치적 결단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이날 두 정상이 만난 시간은 57분. 이 대통령은 이 가운데 45분 가량을 ‘위안부 문제’에 집중해 논의를 끌어갔다. 외교적 결례로 비칠 수 있을만큼 강경한 태도였다.

이에 대해 노다 총리는 위안부 대일 청구권 문제는 1965년 체결된 한·일 협정으로 이미 다 끝난 사안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일본은 여기에 정상회담 직후 독도가 일본 영토임을 겐바 고이치로 외상이 지난 17일 한국측 수석비서관에게 알렸다는 사실을 일본 기자단에 공개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한ㆍ일 관계 악화를 무릅쓰고라도 위안부 문제를 정권 임기 내에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의지다. 이미 외교부는 한국 측의 3차례에 걸친 양자협정 제안에 대해 일본이 응답하지 않은 것을 두고 사실상 ‘거부’라고 판단, 중재위원회를 통한 해결법 모색에 착수했다. 앞서 지난 8월 헌법재판소는 ‘한일협정에 중대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는 현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현안으로 다루기 시작한 원인이 됐다.

문제는 일본측이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사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일본은 지난 1965년 박정희 정권 당시 체결했던 한ㆍ일협정으로 관련 사안이 모두 정리됐고, 위안부 문제 역시 여기에 포함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위안부 문제와 다른 현안은 연계하지 않는다는 방침이지만, 악화한 국내여론을 감안하면 운신의 폭이 매우 좁은 형국이다.

중국 관계도 불법어로 갈등 문제로 경색돼 있다. 중국 측이 뒤늦게 한국 해경이 사망한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지만, 한국 정부가 중국 측에 ‘책임있는 자세’를 요구한 것에 대해선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중국은 재발 방지책 마련과 공식적인 사과에 대해서도 여전히 난색을 표하고 있어, 당분간 한국과 중국 사이 외교 경색 국면은 계속 될 전망이다.

한국이 일ㆍ중과 외교갈등을 겪으며 집권 말기 이명박 정부의 외교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ㆍ중ㆍ일 동북아 3국은 북한 비핵화 문제와 6자회담, 한ㆍ일 자유 무역협정 등 다양한 경제·정치적 관계로 묶여있는만큼 원만한 해결이 절실하다는 설명이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한국은 중국과는 2000억달러, 일본과는 1000억달러의 경제 교류를 하고 있다”며 “인접국이기 때문에 겪는 갈등 만큼 상호 의존성이 높은 국가들인만큼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감정도 중요하지만 국가전체의 이익을 고려해 정상외교에 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홍석희 기자 @zizek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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