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문제
중국은 먼저 알았다?… “북·중 극도로 긴밀”
뉴스종합| 2011-12-21 10:07
중국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사실을 사전에 확인했을 것이라는 정황이 포착되면서 우리 당국의 정보력 부재에 대한 내부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체제 교체기인 북한 상황을 이용해 중국이 정보 분야에서도 북한에 대한 장악력을 높일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중국이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사전에 인지했을 것이라는 추정은 지난 20일 지재룡 주중 북한 대사가 고려항공 편으로 평양을 떠나 중국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서 취재진에 모습이 포착되면서 불거졌다. 지 대사가 평양으로 떠난 것은 지난 17일 정오께로 알려진다. 김 위원장의 공식 사망 시점이 17일 오전 8시30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지 대사의 평양행은 김 위원장의 사망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고, 지 대사가 평양으로 출발 전 중국 측에 관련 사실을 언급했을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또 한 베이징 소식통은 사망 당일인 17일 류홍차이 주북한 중국대사의 첩보 보고를 통해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중국 지도부가 파악했다고 밝혔다. 류 대사는 북한 노동당의 중국 파너트인 공산당 대외연락부 부부장 출신이다. 또 이 소식통은 지난 18일 북·중 외교채널을 통해 북한으로부터 김 위원장 사망 사실을 공식 전달 받았다고 전했다.

한국 정부는 중국도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미리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은 “중국도 몰랐을 것”이라 말했고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외교부 조병제 대변인도 “중국에서도 몰랐다는 말을 수차례 들었다”고 답했다.

대북 정보력 부재 비판은 미국 내에서도 일고 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역시 북한의 공식 발표 이전까지 관련 사실을 전혀 몰랐고, 이 때문에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의 대북 정보력이 신뢰를 잃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포스트도(WP)도 “김 위원장의 사망은 미국이 북한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중국이 먼저 알았느냐 여부가 주요 쟁점으로 부상한 것은 김정은 체제에서의 북중관계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기 때문이다. 그동안 북한과 중국은 ‘혈맹 관계’를 표방해왔고, 김 위원장 사망 하루 뒤 중국은 ‘김정은 체제를 지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외교가에선 북한이 김정은 체제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중국의 북한 정보 독점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국무부 정보분석 담당자 출신 로버트 칼린은 “중국은 북한으로부터 정보를 최대한 제공받길 바랄 것이다. 중국 이외의 나라들은 (북한에 대해)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존 딜러리 교수도 “중국 외교관들은 북한이 어떻게 될지에 대해 북한 당국자들과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연구소 유현정 연구위원은 “북중 관계는 극도로 긴밀해질 것이다. 이는 양국이 ‘북한체제의 안정’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홍석희 기자 @zizek88>
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