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문제
김정은, 김정일의 ‘국방위원회’ 지우고, ‘조선노동당’ 선택한다
뉴스종합| 2011-12-22 10:11
“훈련을 중지하고 소속 부대로 복귀하라”

지난 18일 북한군에 하달된 ‘김정은 대상의 명령1호’는 김정은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22일 현재 김정은의 공식 직함은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다. 당 중앙군사위는 북한의 군사 정책을 총괄하고 군을 지휘할 뿐 아니라 군수산업 조정권까지 행사하는 핵심 기구다. 위원장인 김정일의 사망으로 부위원장 김정은이 북한의 군 조직을 명목적으로도 장악한 셈이다.

김정은의 북한 군 장악 시나리오는 노동당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2009년 느닷없이 나타난 후계자 김정은을 위해 김정일은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라는 새 자리를 만들었고, 김정은과 함께 리영호를 부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우리의 합참의장 격인 인민군 총참모장이기도 한 리영호는 올해 69세로 김 위원장이 군 경험과 인맥이 부족한 김정은을 가까이서 보좌토록 한 배려로 풀이된다. 당 중앙군사위에서 김정은을 보필하는 위원들 상당수가 장성택 등 로열패밀리와 소장파인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정은은 제도적으로 대를 이어 통솔할 수 있는 자리에 있다. 김정은이 군권을 이어받고 당 총비서 자리를 추대 형식으로 확보하면 후계체제는 완성된다”며 “김경희와 장성택이 후견그룹이 돼 당 중앙군사위원회가 비상체제를 구성하면 중국 측에서 신속하게 군사적 안정 보장과 경제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정은의 당 중심 군 장악은 ‘국방위원회’의 몰락과 아버지세대와의 결별이기도 하다. 1972년 중앙인민위원회 산하기관으로 탄생한 국방위원회는 유명무실했던 조직에서 1998년 헌법 개정을 통해 선군정치를 이끄는 최고 권력기관으로 급부상했다. 김일성 사후 전면에 나선 김정일의 통치 기반이였던 셈이다.

김정일은 아버지 김일성의 측근 인사들의 입김에서 벗어나 자신의 권력 강화를 위해 노동당 조직을 꾸준히 약화시켰고, 그 권한을 국방위로 가져왔다. 김정일 통치 기간 동안 노동당이 제대로 된 정례행사조차 거의 열지 못한 것이 단적인 예다. 반면 국방위은 이 기간 군 뿐만 아니라 국가의 전반사업 지도, 외국과의 조약 비준ㆍ폐기권, 특별사면권 등까지 넘겨받았다.

하지만 김정은 시대가 본격적으로 부각되면서 이 같은 국방위와 노동당의 무게중심은 180도 달라질 전망이다. 당 중앙군사위원으로 김영춘, 김정각 및 각 군의 사령관들과 후견인 장성택, 김경옥까지 이름이 올라있다. 반면 김정일 사후 국방위에는 조명록, 김영춘, 오극렬 등 구세대 인물들만 남게 된 것도 이런 권력 이동 가능성을 단적으로 암시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이 국방위원회의 권한을 상당 부분 가져간 당 중앙군사위원장에 오르며 선군정치의 한계를 보완하는 새 강성대국론을 주창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국방위원회를 폐지해 김정일을 ‘영원한 국방위원장’으로 남겨두는 명분과, 새부대에 새술을 담는 실리를 동시에 취할 것이라는 의미다. 김정일이 김일성 사망 이후 국방위원장에 오르며 주석제를 폐지해 김일성을 ‘영원한 주석’으로 남게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최정호 기자@blankpress> 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