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문제
권력은 총구 아닌 ‘쌀’ 에서…‘먹고살기’ 위한 개방 불가피
뉴스종합| 2011-12-23 11:12
中과 교역 발빠른 재개

공장·사업장등 정상화 독려

다급한 경제상황 방증


中경제발전 벤치마킹 관측속

경제종속 심화 가속화 우려


북미대화·러 가스관 통과등

일각선 ‘파격개방’ 가능성도

27세 김정은 시대의 성공 여부는 ‘먹고 사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가에 달려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만성화된 경제난을 해결하지 못할 경우 주민들의 민심 이반은 물론, 군과 당 간부 등 핵심 권력층의 지지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김정은 시대 북한의 붕괴, 또는 전향적인 대남정책 전환을 기대하는 목소리 속에는 이런 분석이 깔려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북한이 경제난 해결을 위해 개혁과 개방을 선택한다면, 결과적으로 대중 경제의존도만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23일 북한과 중국 소식통들에 따르면 단둥과 신의주 사이 국경 교역이 지난 22일부터 정상화됐다. 이날 오전 물건을 가득 실고 다리를 건너는 대형 트럭들의 모습이 계속 관측됐고, 열차와 비행기 운항도 정상적으로 이뤄졌다. 김정일의 사망 소식이 발표된 지난 19일 이후 한동안 끊겼던 북한으로 들어가는 길이 나흘 만에 열린 것이다. 



북한의 빠른 국경 개방은 상당기간 북한인들의 출국을 전면 중단됐던 김일성 사후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단둥의 한 대북 무역상은 “북한 파트너가 ‘상부로부터 동요하지 말고 정상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조문을 위해 귀국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더라”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또 북한에서도 사업장 단위 교대 조문을 통해 공장 가동에 이상 없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북한의 발빠른 대처는 그만큼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는 반증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강성대국의 해 원년인 2012년이 불과 열흘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식량과 각종 건설자재 확보가 원활치 않은 만큼, 기존의 대중 교역을 하루라도 멈출 수 없다는 절박함이다.

붕괴된 북한 경제 회복이 김정은 시대의 성공적인 안착에 최대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개성공단의 한 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북한 근로자들.                                             [헤럴드경제DB]


김정은의 경제개발은 중국식 개혁개방 정책을 답습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복수의 북한 문제 전문가들을 인용해 “김정일이 이뤄논 황금평, 위화도, 개성공단의 작은 성과를 김정은이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정은이 1998년부터 수년간 스위스에서 유학하며 세계경제의 현실을 직접 목격했고 이 과정에서 북한 경제난 극복을 위해서는중국식 개혁개방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잘 알것이라는 관측이다.

문제는 이 같은 김정은의 경제발전 전략이 북한 경제의 대중 의존도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점이다. 코트라에 따르면 올해 북한과 중국의 교역액은 지난해보다 70% 늘어난 60억 달러로 전망된다. 북중 교역액은 2003년 10억 달러, 2008년 20억 달러에 이어 지난해에 30억 달러대에 진입했다. 남북 교역을 제외한 북한의 대중 무역의존도는 올해 90%에 달한다. 유승경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치적인 이유에서라도 중국정부는 북한 경제를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며 김정은 시대 더욱 높아질 북한의 중국경제 의존 현상을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대중 교역 확대 이상의 조치를 김정은이 취할 가능성도 점쳤다. 최근 김정일 사망 속에서도 6자회담 조기 재개를 위한 움직임이 북한과 미국 사이에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점도 이 같은 가능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북한 입장에서도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정치적으로 불안해질 수 있기 때문에 러시아와 미국 등 다른 국가와의 교역을 늘리거나 남한과의 경제 협력을 확대하는 노력에 나설 것이라는 의미다.

한 대북문제 전문가는 “김정일이 사망 직전 러시아와 한국 간 가스관사업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 또 수년간 교착상태에 빠졌던 핵 문제를 미국의 대규모 식량 지원으로 돌파하려 한 것은 김정은 시대에도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며 김정은 시대 북한경제의 빠른 개혁개방 가능성을 예상했다.

최정호 기자/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