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아프리카로 가라’… 美서 ‘한·흑 갈등’ 재현되나
뉴스종합| 2012-01-30 08:51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한국인과 흑인간 발생한 사소한 말다툼이 ‘한·흑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정부는 교민들을 상대로 감정섞인 대응 자제를 주문하는 등 사태 악화를 차단키 위한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30일 외교통상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9일 텍사스주 사우스달라스 지역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박모씨(40대·미 시민권자)와 흑인 손님간의 사소한 말싸움이 현지 한국인들과 흑인 사이 갈등을 넘어 ‘반아시아계 감정’으로 확산되고 있다.

당시 손님은 박씨에게 다른 주유소보다 주유 가격이 비싸다며 5달러만큼만 주유해달라고 요구했고, 박씨는 주유 가격의 최소 판매액이 10달러라며 판매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박씨는 “다른 주유소로 가라”고 말했고 손님이 “당신이나 당신 나라로 가라”라고 대꾸했다. 화가 난 박씨는 다시 “그럼 당신은 아프리카로 가라”라고 말했고 이 다툼이 비화돼 이 주유소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번진 것.

여기에 박씨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이 불매운동을 벌이는 시위대를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일부 시위자가 다친 것 역시 사태를 악화시켰다.

댈러스에 거주하는 흑인들은 박씨가 운영하는 주유소 앞에서 피켓을 들고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시위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는 등 조직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최초 박씨와 다툼을 벌였던 흑인 손님은 흑인계 이슬람 단체 ‘네이션 오브 이슬람(NOI)’의 댈러스 지부장인 것으로 알려진다.

댈러스 지역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안 약 7만5000여명으로, 사우스댈러스에서 한국 교민들이 운영하는 점포는 약 1000여개다. 해당 주유소 인근 한인 점포는 30여개로 파악된다.

정부는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주 휴스턴 총영사관은 사건 접수 직후 댈러스 한인단체와 접촉해 ‘감정적 대응을 자제해달라’고 주문했고, 지난 29일에는 주 휴스턴 총영사와 담당 영사가 댈러스 지역을 긴급 방문해 현지 한인 단체들과 협의했다. 미주한인회총연합회도 ‘전미유색인종발전협회(NAACP)’측과 만나 사태의 원만한 해결을 요구했다. 외교부는 “대화를 통해 사태가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관련 사안이 아시아계 인종에 대한 반감으로 확산된 상황이어서 원만하게 봉합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홍석희 기자 @zizek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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