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北은 ‘왕초’ 외교 가동, 南은 각종 현안 ‘돌파구’못찾아
뉴스종합| 2012-08-03 08:56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외교무대에 정식 데뷔했다. 이른 바 ‘왕초’ 외교를 시작한 셈이다. 반면 대한민국, 즉 남한은 중국, 일본, 미국과의 갈등을 풀지 못하고 외교무대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 벼랑끝 외교를 펼치는 북한과 다자외교를 펼치는 남한을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주요국과 꼬인 외교현안을 풀어내는 문제해결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왕초 외교 가동한 북한=조선중앙통신은 3일 새벽 김 제1위원장이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만났다고 전하면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등에게 인사를 전달하고 “따뜻하고 친선적인 담화를 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 단독의 공식 외빈 접견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접견 내용을 전하지 않았지만, 중국 신화통신은 김 제1위원장이 경제를 발전시키고 생활수준을 증진해 주민이 행복하고 문명적인 생활을 누리도록 하는 것이 당의목표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신화통신은 또 왕 부장은 양측이 전략적인 접촉과 주요 국제, 지역 문제에서 공조를 확대하며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지키고 동북아의 항구적인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왕 부장은 앞서 지난달 30일 중국 대외연락부 대표단을 이끌고 방북해 김영일 국제부장과 회담했다.

한편 북한은 최근 동남아를 중심으로 외교활동을 강화하고 있으며 미국과의 대화도 시도하고 있다. 대외적으로 국가 최고위직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지난 5월 인도네시아와 싱가폴을 방문한 데 이어 이달 중에는 베트남과 라오스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 북한은 또 최근 싱가포르에서 미국과도 비공식 접촉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꼬인 외교…돌파구 못찾는 남한=우리 정부는 김영환 씨 고문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중국 정부에 공식 요청했지만, 중국 측은 11일째 침묵이다. 하지만 중국 측의 반응을 이끌어낼만한 ‘미끼(leverage)’는 사실상 전무하다. 중국내 한국인 수감자 전원 영사면담이 진행되고 있지만 그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한 외교소식통은 “우리는 재외국민 보호차원에서 접근하고 있지만, 중국은 체제안전과 관련해 김영환 씨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면서 “중국 공안 등 실세 기관과 직접적인 접촉을 하거나 중국 공산당 내 최고위급 인사를 만나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중 한국대사관이 중국 측 고위당국자 면담을 요청했지만 성사되지 않고 있다. 양국 수교 20주년을 맞이하지만 우리측 대사의 중국 측 상대방(counterpart)는 ‘국장급’이다. 북한의 주중대사 중국측 상대방은 ‘차관급’이다. 이처럼 양국 외교갈등이 지속되면서 수교 20주년 기념일인 24일에 준비중인 각종 축하 행사들도 참석자 격이 낮춰지거나, 규모가 축소되며 빛이 바랠 전망이다.

이밖에도 현재 일본과는 한일 정보협정 체결 연기로 책을 잡힌 데다, 최근에는 다시 독도 문제로 양국간 외교채널은 날이 서 있다. 미국과도 미사일 협정과 원자력 폐기물 처리협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측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현 정부와의 협상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