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청일(靑日) 전쟁 일단 휴전…남은 건 MBㆍ日우익 지지도
뉴스종합| 2012-08-17 09:21
독도와 과거사 문제를 두고 발발했던 ‘청일(靑日) 전쟁’이 휴전 모드다. 자칫 설전(說戰)이 경제ㆍ외교적 실전(實戰)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선제 공격에 나섰던 청와대가 칼을 거두는 모양새다. 하지만 양국 국민감정이 이미 격양된 데다, 총선을 앞둔 일본 정치권이 되레 이를 활용할 수 있어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 청일전쟁 결과가 청(淸)이 패했던 19세기 청일전쟁 결과와 달랐는 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크다. 자존심은 살렸지만, 실질적으로 얻은 것은 거의 없다는 평가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6일 기자들과 만나 “우리나라의 기본정책은 일본이나 중국 등과 잘 지내는 것이다”라며 “당장 얼굴 붉힐 수도 있지만 이 모든 게 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다”라고 설명했다. 일본이 극히 민감해했던 대통령의 일왕 사과 요구 발언에 대해서도 사전에 계획된 것이 아니라 질의응답 과정에서 나온 얘기이며, 일왕 방한도 논의된 적 없다고 해명했다.

청와대가 한 발 물러선 것은 전쟁을 계속할 이유가 줄어든 데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정운영 지지율은 이미 올랐고, 국민들 일부도 충분히 ‘통쾌함’을 느꼈다. 통화스와프(swap) 등 실력충돌 가능성 대두되면서 더 나갈 경우 되레 국민들의 불안감만 키울 것이란 점은 청와대를 누그러뜨린 이유로 꼽힌다.

일단 통화스와프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지만, 기업들은 일본으로부터의 첨단 부품 수입을 불안해하기 시작했고, 일본 내 한류에도 제동이 걸리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우리가 일본에 실질적인 타격을 줄만한 수단은 전혀 없다는 게 새삼 확인됐다.

그렇다고 가장 중요한 일본인의 의식변화에도 별 영향을 주지 못했다. 일본 언론들은 청와대의 이번 공세를 ‘국내 불만을 반일감정으로 해소하려는 정치적 이벤트’로 해석라는데 거의 한 목소리다. 반한 감정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일단 휴전 모드지만, 일본이 역공에 나설 가능성은 열려 있다. 당장 선거를 앞둔 일본은 반한 감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태세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청일전쟁으로 독도 도발에는 더 적극적이고, 과거사 문제에서도 더 폐쇄적인 보수 자민당의 재집권을 돕는 결과만 낳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