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문제
김정은 비동맹회의 참석은 꽃놀이패?
뉴스종합| 2012-08-22 11:18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설(說)에 그칠 가능성이 높지만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이란 비동맹회의 참석설’이 현실화된다면 한반도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이 오는 26~31일 이란 테헤란에서 열리는 비동맹운동(NAM) 정상회의에 모습을 드러낸다면 후계체제와 내부 권력구도 정비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외교무대에 데뷔한다는 의미를 갖게 된다.

김정은은 지난 2일 평양에서 방북한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접견한 외에는 일체 외교적 활동이 없었다.

김정은이 다자외교인 비동맹회의를 데뷔무대로 잡았다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22일 “김정은이 외교무대에 나선다는 점만으로도 국제사회의 눈길을 한몸에 모을 수밖에 없다”며 “다자외교는 양자외교와 달리 주재국이 아니면 큰 부담이 없다는 점에서 김정은의 첫 공식 외교활동으로는 최상의 선택일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교 초보인 김정은으로서는 다자외교인 비동맹회의가 주목은 받으면서도 외교적 실수는 최소화할 수 있는 ‘꽃놀이패’라는 것이다.

김정은이 비동맹회의에 참석한다면 전용열차로 중국, 러시아만을 방문하며 ‘은둔의 지도자’로 불렸던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다르다는 점도 국제사회에 부각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어린 시절 유학 경험 등을 통해 상대적으로 개혁·개방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김정은의 이미지에도 플러스가 되면 됐지 마이너스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부 관계자도 “김정은이 최근 파격적 행보를 보이고 있는 만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아니라 직접 비동맹회의에 참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끊이지 않는 북한-이란 핵커넥션 의혹을 받고 있는 이란을 첫 방문지로 선택했다는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한편 북한은 전통적으로 비동맹운동을 ‘쁠럭(block)불가담(不加擔)운동’이라 부르며 중시했다. 북한은 1975년 8월25일 페루 리마에서 열린 비동맹국가 외무장관회의에서 비동맹운동 정식회원국으로 가입된 이후 미소냉전과 중소분쟁 틈바구니에서 비동맹외교를 강조해왔다.

김일성은 1986년 비동맹운동과 관련 “본질에 있어 반제자주화운동”이라며 비동맹국가들은 미국 등 제국주의를 반대하는 데서 일치한 보조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일성은 특히 1965년 인도네시아 반둥에서 열린 비동맹회의 관련 회의에서 ‘사상에서의 주체, 정치에서의 자주, 경제에서의 자립, 국방에서의 자위’라는 주체사상의 4대 원칙을 천명하기도 했다.

김정일도 자신이 직접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2000년 이후 비동맹회의에 헌법개정 이전까지 명복상 수반이었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매번 참석시키는 등 비동맹회의에 꾸준한 관심을 기울였다.



신대원기자 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