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문제
‘노무현-김정일 녹취록’ 4대 의혹들...
뉴스종합| 2012-10-10 10:34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이 제기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김정일 비밀 대화 녹취록’의 파문이 일파만파다. 새누리당은 국정조사까지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 수행했던 참여정부 인사들의 증언과 워낙 엇갈리다보니 시간이 갈수록 소모적인 의혹만 더욱 커지고 있다. 이번 녹취록을 둘러싼 4대 의혹을 정리했봤다.

▶단독회담했나=녹취록이 존재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정 의원 등 새누리당 측 주장은 단독회담이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녹취록도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노 대통령을 수행했던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 김만복 전 국정원장 등은 두 정상의 독대는 없었고, 따라서 정 의원이 주장한 녹취록도 있을 수 없다고 반박한다.

분(分) 단위까지 다룬 정부 공식기록에는 10월 3일 배석자 없이 이뤄진 두 정상의 독대는 없다. 하지만 북한이라는 장소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정부 공식기록이 담지 못한 별도의 만남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역시 배제하기는 어렵다.

▶녹취록 정체는=대통령의 모든 활동은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그런데 북한 측은 당시 회담장에 녹음기 반입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래서 당시 우리 측은 배석자들이 손으로 대화내용을 적어 회담 후 이를 정리했다고 한다. 정 의원 은 북한 통일전선부가 두 정상간 대화를 녹취해 이를 우리 측과 공유했다고 주장한다.

양쪽 의견을 종합하면 우리는 대화내용을 100% 다 기록하지 못했지만 북측은 대화내용을 토씨 하나까지 내용을 다 가진 게 된다. 그런데 이 경우 북측이 우리에게 넘긴 자료에 과연 조작이 없었느냐는 의문이 남게 된다.

▶녹취록 열람은 불법?=대통령기록물은 공개가 원칙이지만, 중요기록물은 대통령지정기록물로 분류해 최장 15년(사적자료는 30년)까지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 지정지록물을 비공개기간내 열람하거나 사본을 만드려면 국회재적의원 3분의2의 찬성이나, 고등법원장의 영장발부가 필요하다.

따라서 이번에 논란이 되는 녹취록이 대통령지정기록물이라면 정 의원을 비롯해 이 문건을 봤다는 사람들은 모두 불법을 저지른 게 된다. 만약 대통령지정기록물이 아닌 사적문건이라면 내용의 신뢰성이 의심받을 수 밖에 없다.

▶‘북 핵무장 수긍’, ‘100조원 지원’ 가능한가=정 의원이 공개한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의 현실성에 대한 논란도 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이해한다든지, 최대 100조원까지 지원하겠다는 내용 등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말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상식을 뛰어넘고 있다. 특히 노무현 정부가 6자회담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를 외교철학으로 삼았고, 1996년부터 2007년까지 대북지원 규모가 채 3조원에 불과하다는 점과는 앞뒤가 맞지 않다. 다만 북방한계선(NLL)은 북한과 합의 없이 한미가 일방적으로 정했다는 인식은 노 전 대통령의 평소발언과 맥이 닿는다는 평가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