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문제
(투데이) ‘갤럭시3(은하3호)’각인한 김정은...이젠 외교戰(?)
뉴스종합| 2012-12-13 09:40
“삽시에 온 나라는 기쁨으로 들끓고 사람들의 마음은 한없이 격동돼 있다.”

12일 오후 북한의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이 장거리로켓 발사성공에 대한 분위기를 한 문장으로 정리한 표현이다. 하지만 이 표현을 그대로 빌려 같은 시간 국제사회의 반응을 요약하면 ‘삽시에 온 세계는 걱정으로 들끓고, 주민들 때꺼리도 없는데 김정은은 불꽃놀이에 열중한다’는 우려와 비아양이다.

지난 해 12월17일 김정일 사망 이후 국제사회에는 북한의 급격한 체제변화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공존했다. 김정일이란 ‘절대자’가 사라진 이후 체제가 자칫 ‘아노미(anomie)’에 빠져 불안정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와, 서방식 교육을 받은 후계자 김정은 국방 제1위원장이 개혁개방에 나설 것이란 기대가 그것이다. 그런데 1년여가 지난 시점에서 확인된 것은 ‘김정은’이란 새로운 ‘절대상징’의 등장이다. 북한의 장거리로켓 개발 노력은 사실 김정일 체제의 유산(legacy)이지만, 5차례의 도전끝에 성공의 결실은 김정은 차지가 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군부와의 알력, 경제개혁 표류에 따른 민생불안 등으로 흔들리는 듯 했던 김정은의 입지는 이번 로켓발사 성공으로 ‘비온 뒤 굳은 땅’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북한 내부적으로도 ‘반(反) 김정은 세력’의 입지가 크게 줄어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 국제사회의 고민도 커졌다. 이제는 1만km이상 대량살상무기 운반능력을 갖춘 북한, 아니 김정은을 상대해야 한다. 장거리로켓 발사에 성공하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의 80~90%를 확보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아직 핵탄두 탑재기술이 없다고 안도할 수 있지만, 북한은 주요 생화학무기 보유국이다. ICBM에도 이를 장착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김정은에게는 두번째 시험무대가 남았다. 국제사회와의 담판이다. 내년 초에는 20여년만의 한ㆍ미ㆍ중ㆍ일 등 주변 4강 권력이 동시에 교체된다. 앞으로 5~10년 동안 북한의 대외관계를 결정할 중요한 시기다. 장거리로켓 발사를 감행한 이유도 결국 새로운 국제질서에서 유리한 협상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정치적 노림수라는 평가가 많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개혁개방과 비핵화를 원하고, 통치권을 위협받는 김정은은 경제개발을 위해 개혁개방이 절실하다. 체제방어막 역할을 한 핵개발이나 장거리로켓 개발은 김정일의 독불장군식 추진력이 통했다고도 할 수 있지만, 체제의 미래가 걸린 국제사회와의 협력은 다르다. 상대가 있는 게임이다. 김정은이 치러야할 새로운 도전이다.

홍길용ㆍ신대원 기자/ky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