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벌초대상? 1호 전투근무태세? 북한은 용어전쟁중
뉴스종합| 2013-03-27 10:28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북한이 전례없던 생소한 용어를 쓰면서 ‘용어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표현을 사용하면서 우리 군과 정부 당국자들은 당혹해 하는 모습이다. 기만 전술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북한은 임명 직후 전방 부대를 방문한 정홍원 국무총리, 전격 유임돼 새로이 전방 순시에 나선 김관진 국방부 장관에 잇달아 ‘벌초대상’이라고 지목했다. 또 지난 26일에는 군 최고사령부 성명을 통해 전략 미사일 부대와 장사정포 부대를 “1호 전투근무태세에 진입시킨다”고 공언했다.

우리 측 정부 당국자들은 “처음 들어보는 표현이 연일 나오고 있다”며 이같은 표현의 의미와 북한의 속내 분석에 열을 올리고 있다.

‘1호 전투근무태세’는 그동안 북한 매체에 등장하지 않았던 표현으로, 높은 수준의 전투준비 태세를 의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군 당국자는 “북한이 이런 표현을 공개적으로 사용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최초의 표현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용어 자체가 특이하다. 최고의 전투태세가 아니겠느냐”고 했다.

그는 “우리 군의 기준으로 보자면 최고 수준의 전투준비태세에 돌입하면 화기에 실탄과 탄약을 장착하고 완전 군장을 꾸린 후 진지에 투입된다”고 설명했다.

북한군 장교 출신 한 탈북자는 “준전시 상태가 군대와 사회 전체에 내리는 경계태세라면 1호 전투근무태세는 군대에만 내리는 최고 경계태세”라며 “북한군 입장에서는 준전시상태와 수위가 같다고 보면 된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그동안 대남 위협시 최고사령부 대변인 성명을 수차례 발표했지만 이보다 수위가 높은 최고사령부 성명을 발표한 것은 처음이다. 최고사령부 성명은 북한이 남한을 겨낭한 군사적 위협 수위를 높이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실제 도발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최근 한ㆍ미 연합훈련과 천안함 3주기에 즈음해 남북관계 긴장이 고조되면서 최고 수준의 벼랑끝 전술을 취하고 있다”며 “그러나 북한의 실제 도발로 이어지기 보다는 시위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최고 수준의 국방 경계태세를 유지하면서 미ㆍ중과 협조해 북한에 대한 억지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국방부 및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현재 북한군의 특이 동향이나 도발 징후는 포착되지 않고 있으나 우리 군은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soo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