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美 - “亞회귀 탄력” 中 - “양날의 칼” 日 - “재무장 명분” 러 - “美 견제”
뉴스종합| 2013-04-10 11:10
핵실험과 개성공단 잠정 중단, 중거리 미사일 발사 준비까지 하루가 멀다하고 긴장의 수위를 높이는 북한의 벼랑끝 전략으로 인해 동북아시아 안보를 둘러싼 주변 열강의 손익 계산이 빨라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한국이 가장 손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 개성공단을 통해 차례차례 긴장을 고조시키는 이른바 ‘살라미 전술’로 한국에 고강도 심리전을 전개하고 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기조로 한 대북정책을 세운 박근혜 정부는 예상밖의 장기적이고 집요한 북한의 도발에 상당히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면 결국 국제 지정학적 측면에서 보면 한국만 크게 손해를 보는 구조”라고 우려했다. 신범철 국방연구소 북한군사연구실장은 “이전의 유엔 제재결의안이 실패한 것에서 보듯이 각국이 각자의 이해관계로 적극 참여하지 않아 실질적인 위기관리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제재의 내용보다 이들의 이해관계를 모을 정치적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시아 회귀’ 전략 탄력받는 미국=미국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과 핵위협으로 한반도의 위기가 고조될수록 대량살상무기를 억제하고 핵무기 비확산 전략에 따라 한반도와 동아시아 위기에 개입할 수 있는 명분이 축적된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국무부 브리핑을 보면 이전에는 중동 관련 질문이 쏟아지고 북한 문제는 마지막에 한두 개 질문으로 끝난 반면 최근에는 북한 문제가 질의응답의 주를 이룬다”고 전했다. 그만큼 미국의 전략적 관심이 동아시아로 넘어왔다는 뜻이다.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전략은 떠오르는 강국, 중국을 견제하는 기회기도 하다. 드러내놓고 표방하진 않지만 북한이 도발을 가상한 키 리졸브 훈련, 림팩 훈련 등은 대중국 봉쇄 전략의 하나로 해석되기도 하며 중국도 이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임박한 1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윤병세 외교장관이 답답한듯 물을 마시고 있다. 윤 장관은 “강력한 대북압박과 국제공조를 통해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양날의 칼을 쥔 중국=한반도 위기가 벌어질 때마다 서해 등으로 전개되는 미국의 항모전단 등 군사력은 중국에는 불편한 요소들이다. 문흥호 한양대 교수는 “중국이 원하든 원치 않든 G2로 불리는 신흥 강국이 됐는데 북한의 말썽을 지나치게 받아주는 모습으로 비치면 국제사회에 책임없는 행위자로 비칠 우려가 있다”고 설명한다. 여당 관계자는 “미국이 스텔스 폭격기를 띄우는데도 중국이 반발하지 않을 정도로 둘의 전략적 이해가 맞아떨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한반도 위기 증폭이 중국의 국익에 손해만 미치지는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중국이 쉽게 북한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다. 대만과의 양안 문제와 댜오위다오 문제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존재 자체가 미국에 대한 견제카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 교수는 “중국은 자신이 원할 때 원하는 방식으로 한반도 문제에 개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무장 명분 축적하는 일본=정치적으로 가장 이익을 보는 것은 일본이다. 북한이 3차 핵실험에 이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중거리 혹은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자위대의 정규군화로 대표되는 보통국가론과 핵무장론에 힘이 실린다.

정부 관계자는 “아베 내각이 최근 아베노믹스를 통해 지지율을 끌어올린 자신감으로 한반도 위기에 이어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열도)에서 위기를 일으켜 미군의 개입을 촉발하는 상황을 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고 전했다. 최근 일본 언론들이 무수단리로의 미사일 이동을 발빠르게 보도하고 북한이 평양 주재 외국 공관에 철수 의사 타진했다고 보도한 것 역시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목소리 내는 러시아=러시아는 그동안 한반도 문제에서 소외돼 온 편이지만 지난 3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러ㆍ중 정상회담에서 중국과 전략적 동반자관계를 선언하고,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을 견제하는 모양새다. 댜오위다오와 북방 4개섬 등 영토분쟁 요소를 갖고 있는 두 나라는 “양국 영토주권을 상호지지한다”며 굳건한 연대감을 과시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는 한반도 위기가 동아시아 전체로 번질 경우 가스 등 에너지 자원뿐 아니라 전투기를 비롯한 무기를 중국에 수출하면서 만만치 않은 경제적 이득을 볼 것”이란 전망이다.

원호연 기자/why3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