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문제
서른살 독재자, 그 ‘치기’ 의 끝은…
뉴스종합| 2013-04-11 11:30
核·미사일 양손에 움켜쥐고
국제사회 도발·협박으로 일관
최대우방 中마저 등돌릴 위기

최고권력 등극직후 개방 행보
희망섞인 기대 이내 실망으로
 


“오히려 김정일이 낫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정부 고위당국자의 말이다. 북한의 새로운 최고지도자로 등극한 29살의 김정은을 지켜보고 있자니, ‘최고급 프랑스 코냑을 즐기며 개인숭배화된 고립주의자’란 평가를 받으면서 매년 지구촌 독재자 선정에서 제일 앞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김정일이 그리울 정도라는 얘기다.

▶1년 만에 기대가 절망으로=11일은 김정은이 북한 노동당 제1비서에 취임하며 3대 세습체제를 완성한 지 꼭 1년이 되는 날이다. 김정은은 김정일 사망 직후 군 최고사령관에 오른 것을 비롯해 제1국방위원장과 원수 칭호를 잇달아 받았지만 ‘선군’ 대신 ‘선당’을 앞세운 김정은 체제에서는 당 제1비서가 가장 비중 있는 자리라는 평가다.

김정은의 첫 출발은 ‘변화’를 기대하기에 충분했다. 미국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미키마우스 캐릭터와 영화 록키의 주제곡이 등장하는 공연을 관람하는가 하면 북한의 최고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부인 리설주와 함께 공개활동에 나서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어린 시절 스위스에서 유학을 했다는 경력이 보태지면서 김정은이 개혁ㆍ개방을 통해 국제사회의 진정한 일원으로 합류하지 않겠느냐는 희망 섞인 기대감도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기대는 1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는 철저한 절망으로 바뀌고 말았다. 한국의 걸그룹을 연상케 했던 모란봉악단 여성단원들의 복장이 군복으로 바뀐 것은 작지만 1년간의 변화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핵ㆍ로켓ㆍ미사일 국제사회를 향한 협박=핵과 장거리로켓을 양손에 들고 국제사회를 상대로 도박을 벌였던 것은 김정일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김정은은 자신의 아버지가 수년간에 걸쳐 도발과 협상을 반복했던 것과 달리 불과 1년 사이에 핵실험과 2차례 장거리로켓 발사를 감행하는 등 협박만으로 일관하고 있다. 


당장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거리 탄도미사일인 무수단 미사일 발사 단추를 누르려 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표면적으로나마 ‘우주의 평화적 이용권’을 내세웠던 장거리로켓들과도 전혀 차원이 다른 문제다. 결국 김정은은 1년 사이에 지구촌의 가장 큰 골칫거리가 되고 말았다.

유엔은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사업을 중단했으며, 유일한 우방이자 혈맹인 중국마저 공산당 기관지인 런민르바오(人民日報)를 통해 “정세 오판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김정은에게는 가장 뼈아픈 손해다.

정부 당국자는 “김정일 때보다 남북은 물론, 북한과 국제사회 간 갈등의 골이 훨씬 깊어졌다”며 “특히 헌법에 핵보유국을 명시하고 경제ㆍ핵무력 병진노선을 천명한 것은 북한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힌 것”이라고 지적했다.

▶“커피 안 나온다고 자판기 발로 차는 행동”=김정은의 이 같은 행동에 대해 심리학 전문가는 자신감이 없고 불안감이 크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채규만 성신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람이 공격적으로 나올 때는 강함의 표현이라기보다는 불안감을 공격적인 형태로 표출하는 경우가 많다”며 “한밤중에 긴급 작전회의를 소집한 것 역시 불안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채 교수는 북한이 개성공단 잠정 중단의 배경으로 자신들의 ‘존엄’이 훼손당했기 때문이라고 한 데 대해서도 “심리학적으로 볼 때 자존감이 낮고 충동적 성향이 강할수록 ‘존엄’이나 ‘모욕’에 큰 반응을 보인다”며 “최근 북한을 보면 도발을 해도 보상이 없으니까 점차 행동이 과격해지고 있는데, 마치 커피가 안 나온다고 자판기를 흔들거나 발로 차는 행위와 같다”고 말했다.

신대원 기자/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