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케리 發 9·19 공동성명 재조명...주변국 셈법 제각각, 전망은 미지수
뉴스종합| 2013-04-15 10:13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6자회담 ‘9·19 공동성명’이 다시 한번 부각되고 있다. 북한의 핵포기와 대북 경제지원, 한반도 평화협정, 북미관계 정상화 등을 골자로 하는 9·19 성명의 불씨가 되살아난 것은 한국, 중국, 일본을 순차적으로 방문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으로부터다. 하지만 9ㆍ19공동성명이후 8년이 경과된데다 북한의 핵보유국 욕심, 비용은 한국이 지불하고 생색은 주변국이 낼 가능성까지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케리 장관은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9·19 공동성명에 따른 공약을 이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선언한데 이어, 중국과 일본에서도 대화의 문을 열어 두고 있다면서 9·19 공동성명을 비롯한 6자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천명했다.

케리 장관의 발언은 북핵문제 해결을 비롯해 한반도 문제 해법의 큰 틀을 제시한 9·19 공동성명이 북한의 비핵화를 막지 못했다는 비판과 무용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유용하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15일 “케리 장관이 9·19 공동성명 공약을 이행할 준비가 돼있다고 한 발언은 모든 상황을 종합한 것”이라며 “북미대화의 부담을 덜기 위해 6자회담으로 가자는 것과 중국에게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08년 12월 이후 사실상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6자회담은 새로운 추동력을 확보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9·19 공동성명이 도출됐던 2005년과 8년이 지난 2013년의 상황이 전혀 다른 상황에서 6자회담이 얼마나 실효성을 가질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북한은 그 사이 3차례 핵실험을 감행하고 헌법에 핵 보유국을 명시하는 등 핵 야욕을 한층 더 노골화했다.

특히 북한의 핵포기를 명문화하고 있는 9·19 공동성명은 올해 들어 외무성 성명을 통해 “조선반도 비핵화는 종말을 고했다”고 주장하고, 핵무장과 경제발전을 동시에 추진하겠다고 밝힌 병진노선과 향후 대화는 ‘비핵화 회담’이 아닌 ‘핵 군축·평화회담’만 있을 뿐이라고 한 북한의 입장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북한이 이 같은 입장을 180도 뒤집지 않는 한 6자회담은 요원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와 함께 6자회담을 둘러싼 각국의 복잡한 셈법도 변수다.

미국은 대북 경제적 지원에서는 6자회담을 이용하면서도 결정적인 정치적 결정에서는 북미대화를 선호하는 등 주도권을 놓지 않는 모습을 보여왔다. 중국은 한반도 핵문제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정작 도발을 일삼고 있는 대북압박에서는 의장국에 걸맞는 역할에서는 다소 미흡했다는 평가다. 또 다른 참가국인 일본은 6자회담과 무관한 납북자 문제 등을 빌미로 오히려 훼방을 놓기도 했으며 러시아는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특히 경제지원 비용을 떠 맡아야 하는 한국이 협상의 주변으로 밀려나는 문제 역시 국내여론을 모으는데 어려움이 예상된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케리 장관의 발언은 9·19 공동성명 자체가 아니라 북핵문제를 대화로 풀자는 9·19 공동성명의 정신으로 되돌아가자는 것”이라며 “결국 신뢰의 문제인데, 북한과 참가국들이 얼마만큼 신뢰를 보여주느냐에 따라 판가름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대원기자 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