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문제
北 최후통첩장... 고심흔적 곳곳에
뉴스종합| 2013-04-16 10:34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16일 공개된 북한 인민군 최고사령부의 ‘최후통첩장’에서는 한반도 긴장국면에 대한 북한의 진한 고심의 흔적이 묻어난다.

최고사령부는 표면상으로는 최후통첩장이라는 강경한 형식을 갖췄지만, 내용상으로는 남한 정부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보다는 보수단체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모독에 초점이 맞춰졌다.

최고사령부는 최후통첩장에서 전날 국내 보수단체 회원들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김 제1위원장 사진을 불태우는 등의 행사를 가진 데 대해 “최고 존엄의 상징인 초상화를 불태우는 만행”이라며 남한 당국이 대화와 협상을 원한다면 반북행위에 대해 사죄하라고 주장했다.

최고사령부는 이와 함께 ‘예고 없는 보복행동 개시’와 ‘혁명무력의 군사적 시위행동’을 언급하기는 했지만 이전까지 반복된 도발 위협과 비교할 때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니었다.

이는 최고사령부가 지난 3월 5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정전협정 백지화와 판문점대표부 활동 전면중지를 선언하고, 3월 26일 성명에서 1호 전투근무태세 진입을 선포한 것과 비교하면 확연한 온도차가 감지되는 대목이다.

정부도 북한이 이전과 달라진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판단하고 통일부를 중심으로 관계부처가 논의를 가지며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북한의 이 같은 행보는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의 한·중·일 방문을 전후해 한국과 미국, 중국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대화제의를 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최고사령부 최후통첩장은 이전의 도발 위협들에 비해 확실히 톤 다운된 것”이라며 “북한도 기본적으로 한반도 위기국면 출구 마련을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김일성 주석의 생일이었던 15일 대규모 군 열병식이나 무수단 중거리미사일 발사 등의 무력시위 없이 비교적 차분하게 보냈다는 점도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김 제1위원장 역시 김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 참배만 했을 뿐 며칠째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은 채 숙고에 들어간 모습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북한이 한반도 위기국면 전환을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런 관측이 제기된다.

북한이 지난 1일 최고인민회의에서 핵무력과 함께 경제건설 병진노선을 천명한 상황에서 한반도 위기를 지속적으로 고조시키고 끌어가기에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만 북한이 이전까지 초강경 기조를 이어왔다는 점에서 갑자기 입장을 바꾸기는 쉽지 않은 만큼 우리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대화 제스처를 보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제기된다.

전현준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당이나 외곽기구가 아닌 군부가 직접 나섰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최고사령부의 최후통첩장은 박근혜 정부의 신뢰 프로세스의 구체적 내용이 무엇이고 막연한 대화 제의가 아니라 의제, 수준, 시기 등 구체적 답을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 역시 “북한이 대외적으로나 대내적으로 그동안 해온 말이 있고 만들어 놓은 담론이 있기 때문에 갑자기 톤 다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북한의 최소한 자존심을 챙겨주는 노력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대원기자 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