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한반도 위기 상황 해결에 있어 한미 양국의 구애를 받아오던 중국이 드디어 움직일 준비를 마쳤다. 한반도 위기라는 거대한 바둑판에서 중국이 둔 첫 수는 6자회담 재개 요구다.
미국을 방문한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 우다웨이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22일(현지시간) 미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글린 데이비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조속한 시일 내에 6자회담이 재개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데이비스 대표도 역시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확인되면 미국이 언제든 북한과 대화에 나서겠다”고 화답했다.
중국은 24일 열리는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도 6자회담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이 6자회담을 제의할 경우 정부의 입장에 대해 “북한을 변화시키고 비핵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을 추구할 것”이라고 밝혀 논의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러면서 “중국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 확보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며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그간 중국은 자신이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방식으로 한반도 문제에 개입할 것으로 관측됐다. 그런 중국이 6자회담을 거론한 것은 “대북 메신저 역할을 할 준비가 끝났다는 방증”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실제로 우다웨이는 기자회견에서 “이제 시작됐다”는 말로 중국이 움직일 뜻을 내비쳤다.
문흥호 한양대 교수는 “미국과 한국의 대화제의가 여러 형태로 나왔고 그 과정에서 중국 역할론이 강조됐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그동안 중국이 6자회담 의장국을 맡았기 때문에 6자회담의 재개는 중국이 자신의 전략적 이해관계를 관철시킬 수 있는 장이 열린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그는 “실제로 중국이 대북 특사를 보낼 경우, 대화를 시작하기 위해 북한과 입장 조율이 이뤄졌음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제 3차 핵실험을 시작으로 위기를 고조시켜 가는 동안 한국과 미국은 중국의 중재자 역할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지난 12일 열린 한미 외교장관 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북한과의 협상 방안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과 나눈 이야기를 중국 측에 전달하겠다”며 중국을 중재자로 활용할 뜻을 밝혔다. 그는 실제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북한의 도발을 억제할 수 있도록 중국이 더욱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병세 외교장관 역시 “북한이 변하지 않고 순전히 살아남을지 의문”이라며 “중국의 대북 정책 기조의 변화를 지켜봐야 한다”고 밝혀 중국의 대북압박에 기대감을 표시한 바 있다.
중국은 우다웨이 대표가 워싱턴에서 돌아오는대로 평양에 특사로 파견하거나 그보다 고위급 인사를 보내 중국의 뜻을 전할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가 아닌 군축 및 평화체제를 논의해야 대화에 나설수 있다”고 버텨온 북한이 중국의 6자회담 참여 요구를 받아들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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