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문제
박근혜정부 ‘신뢰 프로세스’ 시험대 오른 류길재 장관
뉴스종합| 2013-05-01 11:07
새 정부 출범 2개월여 만에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라섰다. 숱한 우여곡절을 겪는 동안에도 남북 간 화해와 협력의 상징으로 완충지대 역할을 했던 개성공단 폐쇄가 임박한 상황에서 류 장관의 행보는 향후 남북관계 전반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명박정부 첫해,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에 따른 관광 중단이 남북관계 향방을 결정했듯이, 개성공단 사태가 어떻게 해결되느냐에 따라 박근혜정부 5년 동안의 남북관계도 판가름 날 가능성이 높다.

학자 출신의 류 장관은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해 윤병세 외교장관, 김관진 국방장관, 남재준 국가정보원장 등이 포진된 박근혜정부의 첫 외교안보라인에서 연륜과 행정경험이 가장 부족하다는 이유로 제 목소리를 내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를 사기도 했다.

현재까지는 박 대통령이 힘을 실어주면서 류 장관이 남북관계 주무부서의 장관이자 사령탑으로 비교적 자기 역할과 책임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북한의 연일 쏟아지는 비난과 위협 속에서도 두 차례 대북 대화 제의를 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류 장관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취임 일성으로 ‘묵직’ ‘듬직’ ‘솔직’을 표방했던 류 장관은 빈사 상태에 이른 개성공단과 관련해서도 신중하게 움직이지만 한번 움직이면 뒤로 물리지 않는 진중함을 강조하고 있다. 류 장관은 지난달 30일 한 강연에서 북한의 김관진 국방장관의 사죄 요구 등에 대해 “수용할 수 없는 요구는 눈곱만큼도 들어줄 수 없다”고 했다. 들어주는 식으로 개성공단이 정상화된다면, 개성공단은 의미가 없다고 분명하게 선을 긋기도 했다. 류 장관은 그러면서도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자는 원칙은 앞으로도 유효할 것”이라며 북한에 대화에 나설 것을 재촉구했다.

문제는 북한의 반응이다. 북한은 3월 2일 남북관계 개선의지를 밝힌 통일부 업무보고 당일 군 통신선을 차단하고, 류 장관이 기자들과 만나 개성공단의 의미를 강조한 이튿날인 4월 3일 개성공단 통행 제한 조치에 나섰다. 공교롭게도 류 장관이 대북정책과 관련해 긍정적인 언급을 할 때마다 북한은 재를 뿌리고 나선 셈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시험지를 북한이 한층 더 꼬고 있는 마당에 류 장관이 어떤 해법을 낼지 주목된다. 

신대원 기자/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