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북한, ARF에선 수석대표 급 맞출까
뉴스종합| 2013-06-14 10:23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무산된 남북당국회담의 수석대표 급을 두고 북한과 우리 정부가 신경전을벌이는 가운데 이달 말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무장관회의에 북한이 외무상을 보내 급을 맞출지 주목되고 있다.

아세안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 안보현안을 논의하는 ARF는 아세안 10개국을 포함한 27개국이 회원국이 참여하는 굵직한 다자외교채널이다. 한국을 비롯, 미국, 중국, 일본 등이 포함돼 있고, 북한은 2000년 23번째 회원국이 됐다.

이번 ARF가 주목을 끄는 것은 한반도 정세 때문이다. 좁게는 남북 외교수장이 만나 당국회담 무산으로 꺼져가는 대화의 불씨는 되살릴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시야를 넓히면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문제에 대해 아세안 국가들이 의장성명을 통해 어떤 의견을 표명하는가에 따라 북핵외교의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박의춘 외무상이 이번 회의에 참석한다면 남북대화를 위한 접촉을 시도한다는 입장이다. 박 외무상은 2007년 외무상으로 임명된 이래 매년 참석해왔다. 작년 회의에선 김성환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과 조우한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은 실제 박 외무상을 참석시킬지 두고 고심을 거듭하는 것으로 보인다.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정례브리핑에서 “현재까지 북한은 외무장관회의에 수석대표로 누구를 보낼지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회의 개최가 보름 남짓 남은 상황에서 여전히 수석대표 명단을 통보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다.

북한이 쉽게 박 외무상을 파견하지 못하는 것은 남북 장관회담에 쏠리는 국제 외교가의 관심이 부담스럽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이 밝힌 대화의지를 밝혔지만 미국이 호응하지 않고 남북당국회담이 수석대표문제로 무산된 상황에서 다자외교 현장에서 박 외무상이 윤병세 장관과 만날 경우 자칫 주도권을 상실했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북한이 남북대화를 피하기 위해 박 외무상 카드를 무조건 버릴 순 없는 입장이다. ARF 의장성명 문구에 북한 핵무기 및 미사일 문제, 인권 문제를 규탄하는 문구를 넣기 위해 한ㆍ미ㆍ일이 치열한외교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북한은 2008년 금강산 사건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려던 아세안 국가들을 설득, 공동의장성명 내용을 바꿔 우리 정부에 충격을 안기기도 했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중국마저 북한에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외무상이 아닌 차관급 이하 인사가 참여할 경우 아세안 국가를 설득하기 위한 협상력에 힘이 실리지 않을 것이 뻔하다.

why3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