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변하나 했던 北 유엔 총회연설,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뉴스종합| 2013-10-02 08:57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제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박길연 북한 외무성 부상의 유엔(UN) 총회 기조연설은 미국의 적대시 정책 철폐와 핵 군축 협상 요구 등 기존 입장을 되풀이 하는데 그치고 말았다.

박 외상은 1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가진 기조연설에서 미국이 분단된 한반도에서 여전히 긴장을 조성하는 적대시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미국은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군사력을 통한 패권 장악을 목표로 북한을 첫 번째 공격목표로 삼고 있다”며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미국의 적대시 정책을 청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박 부상은 “대화와 협상으로 한반도의 긴장을 끝장내려는 우리의 입장은 여전하다”면서 핵 군축 협상을 조속히 개시할 것을 요구했다. 여기서 핵 군축이란 미국과 동일한 핵 보유국으로서 맞주앉아핵무기의 수량을 줄이는 협상을 하겠다는 의미로 6자회담의 목표가 북한의 비핵화라는 한국과 미국의 입장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덧붙여 유엔사령부의 해체도 다시 주장했다.

우리 정부에 대해선 국군의 날에 사정거리 300km 탄도 미사일 ‘현무-Ⅱ’, 북한 전지역을 사정권으로 하는 장거리 순항미사일 ‘현무-Ⅲ’, 해안포 부대 타격용 ‘스파이크 미사일’ 등 신형 미사일을 처음 공개한 것을 거론하며, “북한은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남한은 여전히 적대적인 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같은 일련의 주장은 지난 6월 신선호 주 유엔 대사의 기자회견 당시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당초 “2ㆍ29 합의 이상의 성의를 보이라”는 한ㆍ미 양국 완강한 태도를 돌려세우기 위해 북한이 이번 연설에서 모종의 제안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가 높았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북한 체제의 경직된 특성 상 유엔 총회와 같이 공개된 장소에서 아주 새로운 제안을 들고 나오는 경우는 극히 적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날 연설에서는 지난 기자회견에서와 같이 “미국의 적대시 정책이 핵 전쟁을 불러올 것”이라는 등 핵 보유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발언은 나오지 않았다. 이는 같은 날 베를린에서 리용호 부상 등 북측 대표단과 미국의 전직 관료들로 구성된 대표단이 만나 6자회담 재개에 대해 논의하는 등 북미대화를 모색하는 분위기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경제강국을 건설하고 인민 생활을 증진하기 위한 평화적 환경보다 귀중한 것은 어떤 것도 없다”며 최근 진행되는 경제 개선조치의 중요성을 강조한 점도 눈에 띈다. 이는 북한 주민의 생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 북한에 취해진 경제 제재가 해제되야 함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why37@herla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