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미, 일 집단적 자위권 적극 지지...고차방정식이 된 동북아정세
뉴스종합| 2013-10-04 10:25
[헤럴드경제=신대원·원호연 기자] 미국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적극 지지하기로 하면서 한·미·중·일 등을 둘러싼 동북아 정세는 한층 더 복잡한 고차방정식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3일 양국의 외교·국방장관이 참여한 안전보장협의위원회에서 일본이 동맹국이나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나라가 공격받을 경우 자국이 공격받은 것으로 간주하고 공격에 나설 수 있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길을 터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한국의 승인이라는 조건이 충족돼야하긴 하지만, 이론적으로는 북한이 주한미군을 공격할 경우 일본군의 한반도 진입도 가능해지는 셈이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4일 “미국이 중국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일본의 재무장을 용인하려는 것”이라며 “그런데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가능성은 사실상 한반도밖에 없기 때문에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역사적, 지리적, 문화적 요인으로 인해 냉전 종식 이후에도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동북아에서 침략전쟁을 야기했던 ‘전과’가 있는 일본의 재무장이 가시화되면서 주변국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미·일 안전보장협의위원회 결과에 대해 “일본과 미국이 냉전적 사고를 버리지 못한 채 군사동맹을 강화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 정부는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은 만큼 공식적인 반응은 내놓지 않고 있지만 경계의 시각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박근혜 대통령이 공을 들이고 있는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과도 배치된다.

박 대통령은 미국, 중국, 러시아는 물론 유럽과 동남아 정상들과 만날 때마다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에 대해 적극 설명하고 협조를 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일본의 우경화 행보로 한·일, 중·일관계가 삐끗거린다면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 역시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

미국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기 재연기와 관련해 자국 주도의 미사일방어체계(MD) 참여를 연계시키려는 의도를 내비치고, 지난해 반일 국민감정의 벽에 부딪혀 무산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여러 채널을 통해 촉구하고 있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한국으로서는 동맹관계인 미국의 요구를 무시할 수만도 없지만 주요 2개국(G2)의 한축으로 부상한 중국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숙종 동아시아연구원 원장은 “한국 입장에서는 관련국들의 문제는 관련국들이 알아서 하라고 신경 쓰지 않는 것과 성실한 중재자가 되는 선택이 있을 수 있다”며 “중재가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중국, 일본 등과 모두 잘 지내야 하는데 현재의 한일관계 수준에서는 힘든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진 센터장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은 일본의 신방위대강 등 법·제도적 정비와 미·일간 가이드라인 작성 등이 남아있는데 이 과정에서 우리의 입장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과 관련해서는 핵안전과 환경, 인구 문제 등 쉬운 분야에서부터 자연스럽게 시작될 수 있도록 외교적인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대원기자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