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슈퍼 태풍 ‘하이옌’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필리핀에 국제사회의 지원이 쇄도하고 있는 가운데 각국의 셈법에 따라 지원 규모와 방법에 있어서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인도적 지원에도 ‘자국의 이익’이 우선시되는 국제정치학이 숨어 있는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의 지원 규모 격차다.
미국은 국무부 국제개발처(USAID)가 필리핀 태풍 피해 직후 2000만달러를 긴급 지원한데 이어, 국방부가 이재민 구호를 위한 ‘다마얀(Damayan) 작전’에 1000만 달러 예산 지원을 승인했다.
필리핀과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있는 미국은 군사적 지원도 화끈하게 나서고 있다. 조지워싱턴 항공모함전단이 14일 오후 필리핀에 도착해 구호활동에 착수했으며, 총 12대의 수송기를 동원해 이재민에 대한 식량과 식수 등 생필품 공수작전을 펼치고 있다. 신형 수직 이착륙기 MV-22 ‘오스프리’와 무인기를 투입한 구조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반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은 매우 인색한 모습이다.
중국은 필리핀 태풍 피해 발생 직후 단 10만달러 원조 계획을 공개했다가 국내외에서 비판여론이 거세지자 14일 뒤늦게 텐트와 담요 등 160만달러 상당의 구호물자를 추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필리핀은 회귀 전략을 통해 아시아에서의 영향력을 유지·확대하려는 미국과 이를 자신들을 봉쇄하려는 시도라고 여기는 중국의 갈등이 맞부딪히는 최전선이다. 군사적으로도 미국의 한반도-오키나와-대만-괌-필리핀-인도네시아로 이어지는 서태평양 해상방어선과 중국의 한반도-일본 규슈-대만-필리핀-말레이시아로 연결되는 제1도련선(島鍊線)이 중첩된다.
한편 일본은 필리핀 태풍 피해 지원을 위해 1000만달러를 지원한데 이어 자위대 창설 이래 해외 긴급구호 사상 최대 규모인 1000여명의 자위대원을 파견키로 했다. 중국과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역시 중국과 남중국해 도서 영유권 문제로 충돌 국면까지 치달았던 필리핀을 적극 지원함으로써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해 12월 취임한 이후 1년 사이에 4번에 걸쳐 동남아를 방문하는 등 아세안국가들과의 관계 강화를 통해 중국 포위망을 구축하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한편 한국은 필리핀에 500만달러를 지원하기로 했지만 경제 규모에 비해 적은 수준으로 차제에 긴급 구호 등 인도적 지원액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국내외에서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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