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한일관계 파탄 우려
뉴스종합| 2013-12-26 14:43
[헤럴드경제 =원호연 기자]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취임 1주년을 맞아 26일 끝내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를 강행하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한일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게 될 전망이다. 정부 내에서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관련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양국 관계가 사상 최악으로 파탄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올해 4월과 10월 있었던 춘계, 추계 예대제(例大祭), 8월 15일 패전 기념일 등 주요 계기에 모두 직접 참배하는 대신 공물을 봉납했던 아베 총리지만 취임 1주년이 되는 26일은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그는 이날 야스쿠니 참배 후 기자들에게 “일본을 위해 귀중한 생명을 희생한 영령에게 존숭(尊崇)의 뜻을 표했다”면서 “아베 정권의 1년을 보고하는 의미에서 정권 출범 1주년이 되는 오늘을 택했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의 참배는 일본 총리로서는 지난 2006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가 참배한 이래 7년 만이다.

아베 총리의 전격적인 참배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우익 인사들의 역사 왜곡 발언으로 최악을 달리며 한일 양국 정상이 취임 첫해에 정상회담도 갖지 못한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한일 관계에 미치는 심각성이 특히 크다. 지난 4월 춘계 예대제 당시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전격 참배하자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5월 중으로 예정됐던 일본 방문과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취소, 한일 관계는 경색 국면에 돌입한 바 있다. 양국 외교장관은 지난 7월 브루나이에서 열린 아세안(ASEAN) 관련 회의가 돼서야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

일개 의원이나 우익 인사가 아닌 정부를 대표하는 총리 자신이 참배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의 파괴력은 더 크다.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일본 총리가 참배함으로써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일제 식민지 침략을 부정하고 전쟁을 미화하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참배 직후 “중국, 한국민들의 기분을 상하게 할 생각은 털끝 만큼도 없다”며 “한국, 중국 정상에게 직접 설명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과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느끼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감행함으로써 ”한중 양국과 빠른 시일 내에 정상회담을 갖고 싶다“던 아베 총리의 바람은 당분간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 외교 소식통은 “최근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로 한일 공동 대응이 이뤄지면서 양국 관계를 복원할 단초가 만들어질 수 있었는데 이번 참배로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박근혜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 만나 대화하기는 어려워진 셈”이라고 전했다. 장관급 회담도 당분간 열리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각에선 일본이 최근 미국 등 국제사회를 상대로 한일관계 개선 의지를 피력한 것이 결국은 쇼가 아니었느냐는 비판론도 팽배했다. 일본 외무성은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우리 외교부측에 별다른사전 설명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양국간 긴급한 현안이 산적해 있다는 점이다. 당장 우리 측 방공식별구역(KADIZ) 확장 이후 중첩된 영역의 운용을 조율해야 하고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 관련 협의도 진행해야 한다. 장성택 숙청 이후 대북 정책 공조 방안과 6자회담 개최 여부도 논의할 필요성이 있다.

why3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