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문제
오바마 순방이 마뜩치 않은 北…잇단 비난 공세에 핵실험 징후까지
뉴스종합| 2014-04-22 09:19
[헤럴드경제 =원호연 기자]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북한이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번 순방을 통해 취해질 미국의 동북아 전략이 북한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외무성은 21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오바마의 이번 행각은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중시전략 실행의 일환으로서 가뜩이나 불안한 이 지역에 대결과 핵 군비경쟁의 검은 구름을 몰아오는 위험천만한 행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유라시아대륙의 큰 나라들의 반발을 막으려고 우리의 ‘핵·미사일위협’, 그 무슨 ‘도발’을 구실로 내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북핵 문제와 무력도발을 표면에 내세워 한ㆍ미ㆍ 일 공조를 강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중국을 봉쇄하려는 전략을 펴고 있다는 주장이다.

북한이 이처럼 이번 한국과 일본 순방에 예민하게 반응 하는 것은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강한 경고성 메세지를 내놓을 예정이기 때문. 북한의 핵과 재래식 무기 위협에 대한 억지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의 방위를 보장하겠다는 미국의 공약도 재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는 북한에 대해 비핵화 촉구 메시지도 같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21일(현지시간) 순방 관련 기자회견에서 “북한과 외교의 문을 닫지 않았고, 협상을 계속 추구할 것이지만 그것은 북한이 기존 비핵화 약속들을 지킬 준비가 돼 있고 기존 약속을 지킨다는 진정성을 보여줄 때에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미국이 지금처럼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패권을 추구하면서 우리의 국익을 계속 희생시키려 든다면 6자회담 재개와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 실현 전망에 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동북아 지역정세의 불안 책임이 북한의 핵이 아니라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정책에 있음을 강조했다.

북한의 반발은 정치적 문제에 국한되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일본과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의 조기타결을 요청하고 한국의 협상 참여를 논의함으로써 아시아지역에서의 미국의 전략적 이익을 뒷받침할 경제 통합 전략을 완성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노동신문은 이에 대해 “미국은 침체상태에 빠진 저들의 경제를 치켜세우는 출로를 아시아·태평양지역에 대한 경제적 지배에서 찾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중국을 배제한 자유무역지대를 형성하여 이 나라를 고립시키고 영향력을 억제시켜 아시아·태평양지역을 저들의 손아귀에 틀어쥐자고 타산(계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반발은 실제 도발 행위로 이어지고 있다. 북한은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의 특정 갱도에 가림막을 설치하고 차량을 바삐 움직이며 일부 장비와 자재 반입을 서두르고 있다. 한미 양국은 이같은 움직임이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시위성 행동’에 나선 것으로 조심스럽게 분석하면서도 실제 4차 핵실험을 강행할지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why3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