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韓美 잇단 북핵 고도화 강조...북핵 어느 수준이길래
뉴스종합| 2014-10-28 10:38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한국과 미국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북한 핵무기 소형화 능력이 고도화됐음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의 군 고위당국자들이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능력을 공개적으로, 그것도 상당 수준에 도달했다고 밝힌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때문에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미 핵탄두 소형화 수준에 도달했다면 지난 20여년간 지루하게 이어져온 북핵협상의 틀도 바뀔 수밖에 없다며 대북 협상의 진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민구 국방부장관은 27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세 차례 핵실험을 했고 상당한 시간이 흘러 스스로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발표할 만큼 기술적 수준이 높아졌다”며 “북한이 (핵탄두를) 소형화할 수 있는 기술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추정한다”고 밝혔다.

앞서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도 24일(현지시간) “북한이 핵탄두를 소형화해 핵무기에 탑재하고 잠재적으로 발사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북한이 핵탄두를 소형화한데 이어 한걸음 더 나아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할 능력까지 갖췄을 것이란 얘기였다. 핵탄두 소형화는 탄도미사일 등에 핵탄두 탑재가 가능해진다는 의미로 핵무기 실전배치의 전단계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핵탄두 소형화의 기준은 무게 1000㎏ 이하로 받아들여진다.

북한은 이미 사거리 500㎞의 탄두중량 1000㎏인 스커드계열 미사일, 사거리 1300㎞의 탄도중량 700㎏인 노동미사일, 사거리 3000~4000㎞의 탄두중량 650㎏인 무수단 미사일, 그리고 사거리 6700㎞ 이상의 탄두중량 650∼1000㎏에 이르는 대포동 미사일을 전력화했거나 개발 막판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 기술을 보유하게 됐다면 한반도와 일본 전역은 물론 미국 일부까지 북한의 핵 사정권에 들어가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 장관과 스캐퍼로티 사령관의 북한 핵무기 소형화 능력에 대한 평가는 지난해 2월 한미 당국이 핵실험 직후 내린 평가와 다소 온도차이가 난다.

당시 김관진 국방부장관은 북한이 3차 핵실험 직후 “소형화, 경량화된 원자탄을 사용해 높은 수준에서 안전하고 완벽하게 진행됐다”고 밝힌데 대해 “(핵실험) 3번을 가지고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는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이 소형화·경량화 단계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북한의 주장은 ‘과장광고’라고 평가한 것과 같은 맥락이었다.

스캐퍼로티 사령관도 이번에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에 대해 언급하면서 “사실에 기반해 말하는 건 아니다”라며 북한이 투자한 역량과 시간을 고려할 때 “아마 그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한미 양국이 전시작전권 전환 재연기에 합의한 뒤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북핵 능력을 의도적으로 부각시킨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