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문제
北여성 생리 때 “내 몸에 붉은 기 휘날린다”…무슨뜻?
뉴스종합| 2015-04-03 07:16
[헤럴드경제] 북한의 여성들은 생리 때가 되면 걱정이 앞선다. 1회용 위생용품이 없는데다 불편한 몸으로 장사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리 때가 되면 여성들끼리 자조 섞인 어조로 하는 말이 있다. “내 몸에 붉은 기가 흐른다”다. ‘붉은 기’는 노동당을 상징한다. 북한의 선전매체는 매일 주민들에게 “수령님(김일성) 넘겨주신 ‘붉은 기’ 높이 들고 장군님 따라 혁명의 한길로 가자”고 선전한다. 그 ‘붉은 기’를 여성들끼리 은어 격으로 쓰고 있다.

북한소식 전문매체 뉴포커스(www.newfocus.co.kr)는 3일 북한 여성들이 겪는 생리의 고통을 탈북자의 증언을 통해 자세하게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매체에 따르면, 북한여성들은 생리와 연결시켜 ‘붉은 기’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쓴다.
생리주간에도 비좁은 시장에서 불편을 감수하며 장사하는 북한여성들[사진=뉴포커스 제공]

탈북자 강옥경(36세)씨는 “시장에서 하루를 보내는 여성들은 생리날짜가 다가오면 근심이 배로 늘어난다. 생리주간인 여성들은 얼굴표정이 어둡고 변소로 들락날락 하느라 고생이 많다. 일회용 생리대도 없는 북한실정에서 생리는 여성들에게 차려진 근심덩어리”라고 말했다.

그는 또 “마주 오는 친구의 얼굴색이 여느 때보다 어둡고 피곤하게 보이면 속으로 ‘생리를 하는 구나’라고 생각한다. 옆을 지나치며 ‘어디 아프냐’고 물으면 ‘이틀 전부터 내 몸에 붉은 기가 휘날려서 그런다’고 말하며 씩 웃는다”고 말했다.

강씨는 “몸에 붉은 기가 휘날린다는 것은 생리 때 흐르는 피가 붉은색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옛날 같으면 노동당의 화신인 붉은 기를, 그것도 생리에 비유한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지만 지금은 당 선전구호들을 일반생활과 비유한 말들이 많이 돌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탈북여성 김한옥(42세)씨는 “북한은 인민반동원이 이틀 건너 한 번씩 조직된다. 그러다보니 생리가 있는 주간도 힘든 동원을 가야 한다. 한번은 1호도로(김씨일가 전용도로) 정리동원이 있었는데 옆집 언니가 배가 아픈지 배낭을 깔고 저만치 떨어진 곳에 앉아 있어 쉴 참에 다가가 배가 많이 아프냐고 물어보았다. 언니는 주변 말뚝에 매달려 펄럭이는 붉은 기를 한참이나 바라보더니 하늘에 붉은 기가 날고 내 몸에는 불편한 붉은 기가 흐른다고 농담반 진담반이 섞은 말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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