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문제
[긴박했던 43시간 회담장 막전막후] “北 대표단 엉덩이가 이처럼 무거웠던 적은 없었다”
뉴스종합| 2015-08-25 11:52
20일 北 준전시상태 선포 속 최후 통첩
김관진·황병서등 2+2 회담 끝없는 샅바싸움
北 일방적퇴장 일쑤…이번엔 판깨기 안해
양측 고성·정회 진통불구 막판 해피엔딩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남북간 첫 최고위급 대화였던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은 처음부터 끝까지 드라마틱했다.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지뢰도발과 서부전선 포격 도발, 그리고 이에 대응한 우리 군의 11년만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로 한반도 위기지수는 급격하게 치솟았다.

북한이 20일 준전시상태를 선포하고 22일 오후 5시까지 대북 심리전을 중단하지 않으면 군사적 행동에 나서겠다고 최후통첩을 날리면서 한반도 긴장은 정점을 찍었다.

남북은 22일부터 25일 새벽까지 ‘무박4일’간 진행된 고위당국자접촉에서 군사적 긴장상태를 해소하고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한 문제들을 협의하고 공동보도문을 발표했다. 사진은 공동보도문 작성 후 김관진(오른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북측의 황병서 조선인민군 총정치 국장이 악수하는 모습. [사진=청와대 제공]

해결의 실마리는 역시 대화에 있었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장관, 북측의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노동당 비서는 22일부터 25일까지 전례 없는 ‘무박 4일’ 회담 끝에 북한이 지뢰폭발에 대해 사과하고 남한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남북은 이와 함께 후속 당국자회담과 추석 계기 이산가족상봉 행사, 민간교류 활성화 등에 합의함으로써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무박 4일이라는 시간이 압축적으로 보여주듯이 회담은 순조롭게 진행되지만은 않았다.

남북은 43시간에 걸친 회담 기간 수차례 정회와 회의 속개를 거듭하며 샅바싸움을 펼쳤다.

1949년생 동갑으로 66세인 김관진 실장과 황병서 총정치국장, 그리고 73세로 최고령인 김양건 당비서와 51세의 홍용표 통일부장관은 판문점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한반도 명운을 걸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이번 남북 고위급접촉은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간 간접적인 정상회담이기도 했다.

대표단은 회담이 막히고 정회에 들어갈 때마다 각각 서울과 평양에 보고하고 훈령을 받아 다시 회담에 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대표단의 태도가 이전과 사뭇 달라졌다는 점은 이번 고위급접촉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북한은 과거 회담에서 자신들의 입장이 관철되지 않으면 판을 깨고 일방적으로 퇴장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비서는 이번 회담 기간 때때로 언성을 높이고 위협적인 언사를 보이긴 했지만 판 자체를 깨지는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 대표단의 엉덩이가 이처럼 무거웠던 적은 없었다”며 “북한도 이번만큼은 무엇인가 얻어가야 하는 절박한 사정인 것 같았다”고 전했다.

이를 놓고 대북 확성기 방송에 심각한 위협을 느낀 김 제1위원장이 두 사람에게 반드시 대북 심리전 중단이라는 선물보따리를 챙겨올 지시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고위급접촉이 진행되는 동안 장외에서는 아슬아슬한 수준의 군사적 대치가 지속됐다. 북한은 상당수의 잠수함과 공기부양정을 전개하며 무력시위를 펼쳤고 한미 양국은 B-52 전략폭격기와 핵잠수함 배치 검토로 맞대응했다.

하지만 남북 대표단의 끈질긴 노력의 결과, 남북 치킨게임은 다행히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될 수 있었다. 


신대원 기자/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