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오바마, ‘북중관계 복원’ 빌미줬나…한반도, 미중 파워게임 속으로
뉴스종합| 2016-06-02 10:45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한반도정세가 다시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아프리카 3국과 프랑스 순방길에 올라 북핵공조 및 대북압박 외교폭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은 리수용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원장을 전격적으로 중국에 보내 관계복원을 도모했다.

여기에 다음 주 베이징에서 열리는 제8차 미중 전략경제대화를 앞두고 미국과 중국의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까지 얽히면서 한반도정세는 한층 더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일(현지시간) 리 부위원장을 면담한 자리에서 “중국은 중ㆍ조관계를 고도로 중시한다”며 북한의 관계 복원 의지에 화답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다소 소원했던 북중관계 정상화 수순 진입으로 읽힐 수도 있는 시 주석의 발언은 국제사회가 강도 높은 대북압박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동북아정세가 다시 한미일 대 북중 구도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시 주석은 또 리 부위원장에게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 입장은 일관되고 명확하다”며 “관련국들이 냉정을 유지해 대화와 소통을 강화하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바란다”고 했다.

지난 4월 베이징에서 열린 제5회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회의(CICA) 개막식에서 “한반도에서 전쟁이나 혼란이 발생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지만, ‘관련국’이라고 애매모호하게 표현함으로써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한 경고인 동시에 미국을 향한 메시지로도 읽히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한반도는 물론 남중국해 등 곳곳에서 갈등을 빚고 있다. 중국은 지난달 일본에서 열린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정상선언문에 남중국해 문제가 포함된 것과 관련, 미국과 일본이 G7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당사국인 베트남이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방문을 환대하고 40년만에 무기 구입이 허용되는 등 미국과의 군사교류 물꼬를 튼 것도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는 대목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베트남 무기 금수조치 해제와 관련해 “미ㆍ베트남관계 정상화를 위한 것이지 중국 때문이 아니다”고 했지만 중국으로서는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미국도 가만히 앉아있지만은 않았다. 미국은 시 주석과 리 부위원장이 마주 앉은 당일 예정보다 빠르고 강도 높은 내용으로 북한을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했다. 북중관계 개선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에 흠집을 내서는 안된다는 중국에 대한 경고 의미도 포함돼 있다는 게 외교가 안팎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시 주석이 리 부위원장과의 면담에서 한국과 미국, 일본 등이 관계개선의 전제로 여기는 ‘비핵화’를 언급하지 않은 것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북한은 오히려 리 위원장이 시 주석과의 면담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중국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조선중앙통신은 2일 리 부위원장이 시 주석에게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따뜻한 인사’와 구두친서를 전달했다면서 자신들의 핵ㆍ경제 병진노선을 변함없이 추진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향후 북핵문제를 비롯한 한반도정세와 관련해서는 오는 6~7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제8차 미중 전략ㆍ경제 대화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앞서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시아ㆍ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미중대화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제대로 된 압력을 가하는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며 중국이 북한에 탈출구를 마련해 주는 것을 차단하는 것을 적극 제기할 것임을 내비쳤다.

kw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