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해군 첫 여성 기능장 배출..율곡 이이함 유지현 중사
뉴스종합| 2016-06-12 15:15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해군 역사상 첫 여군 기능장이 탄생했다.

해군은 이지스 구축함 율곡이이함(7600t급)에 근무하는 유지현 중사(33, 부사관 201기)가 여성으로서는 해군 최초로 ‘통신설비 기능장’ 시험에 합격했다고 12일 밝혔다.

기능장이란 기능계 기술자격 등급 중 가장 높은 등급으로, 해당 분야 최고의 전문지식과 실무 경험을 갖춘 전문가에게 부여하는 국가기술자격증이다. 산업기사나 기능사 자격 취득 후 5~7년 이상 실무에 종사하거나 9년 이상 해당 업무를 수행해야 자격 취득 기회가 주어진다.

해군 관계자는 “첨단무기체계로 이뤄진 함정에서 장비를 직접 운용하는 부사관들의 전문성은 전투력 발휘의 핵심요소”라며 “이번 유 중사의 기능장 시험 합격은 여군이 전문성을 겸비한 전투 전문가로서 최고 수준의 업무능력을 갖추고 해군 전투력 강화에 기여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군 첫 여성 기능장으로 배출된 유지현 중사가 컴퓨터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해군]

유 중사가 통신설비 기능장 시험에 도전을 결심한 것은 지난해 3월이다.

율곡이이함 전산부사관으로 부임해 함정 내 모든 컴퓨터와 데이터링크 등 네트워크 장비 운용을 담당하면서 보다 전문적인 능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취역 이후 지금까지 기능장 42명을 배출할 정도로 부사관들의 기능장 자격증 취득을 적극 장려하는 율곡이이함의 전통도 한 몫 했다.

유 중사의 기능장 도전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니었다.

배가 출동을 나가면 8시간씩 당직임무를 수행하고 남는 시간에 수면시간을 아껴가며 흔들리는 함정에서 시험을 준비했다.

육상에 정박해 있을 때도 퇴근하면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다니는 두 자녀 엄마로서 육아에 전념하고, 자녀들을 재운 뒤에야 시험공부를 할 수 있었다. SSU대원인 남편 한덕수 상사(부사관 156기)는 청해진함에서 함정근무를 하고 있어 공부할 시간을 내기란 더욱 쉽지 않았다.

유 중사는 대학에서 관련학과를 전공하지 않고 해군에 입대해서 시작한 경력만으로 이번 성과를 이뤄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유 중사는 항공승무원을 희망해 부산의 동주대 항공운항과 2학년에 재학 중에 당시 현역 해군 부사관이었던 부친(유동진 예비역 원사, 부사관 24기)의 권유로 2003년 해군의 첫 여군 부사관으로 입대했다.

주로 함정 외부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갑판 직별 출신인 부친이 실내에서 근무하는 직별을 권유해 정보통신 직별을 지원했다.

입대 전 컴퓨터나 통신설비와는 전혀 관계가 없던 유 중사는 첫 여군 부사관으로서 모범을 보이겠다는 책임감으로 업무에 매진해 군수지원함 대청함, 구축함 문무대왕함, 해군작전사령부 정보통신대 등에서 근무하며 실무능력을 키웠다.

그 결과 이번 통신설비 기능장을 비롯해 정보처리 산업기사, 전자계산기 산업기사, 정보기기 운용 기능사, 행정사 등 자격증 5개를 취득했다.

유 중사는 “해군 부사관은 기능 분야 전문가이자 전투기술자로서 전투기술 향상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며 “적의 포탄은 남녀를 구분하지 않는다. 오로지 제 몫을 해내는 한 사람의 군인으로서 당당해지고 싶어 기능장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3자매 중 막내인 유 중사의 가족은 군인 가문으로도 해군 내에서도 유명하다. 부친은 예비역 해군원사, 첫째 형부는 육군소령, 둘째 형부는 해군상사, 유지현 중사 본인과 남편도 해군 부사관이다. 

soo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