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김수한의 리썰웨펀] 李합참의장, 美괌기지 시찰한 날 韓日군사정보협정 재개
뉴스종합| 2016-11-01 17:25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이순진 합참의장이 1일 괌 미군기지를 전격 방문해 유사시 한반도로 급파될 전략무기를 점검했다. 같은 날 한국과 일본은 지난 2012년 밀실추진 논란으로 무산된 한일 군사정보협정 체결 협의를 재개했다.

이는 지난달 19, 20일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의, 한미 국방장관 회담이 포함된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을 거치면서 우리 군이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상시 배치를 강하게 요구한 데 따른 미군의 반응으로 풀이된다.

당시 미국 측은 우리 측에 한미일 정보 공유 강화를 위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을 종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이에 대한 반대 급부로 괌과 일본의 미군기지 전략자산을 활용한 한반도 안보 강화를 약속한 것으로 보인다.
이순진 합참의장이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과 함께 괌 미군기지를 방문해 미군 전략무기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합동참모본부]

한국 측이 지난 27일 한일 군사정보협정 협의 재개를 공식 발표하고 1일 일본과 실제 군사협정 재개를 실시한 날, 미군은 우리 군 합참의장을 괌으로 불러 전략자산을 둘러보게 했다.

합동참모본부는 1일 “이순진 의장이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과 함께 오늘 괌에서 미 국방부, 전략사령부, 태평양사령부 대표들과 함께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미국의 전략자산들을 둘러봤다“고 밝혔다.

▶합참의장 1일 괌 미군기지 전격방문=괌의 미 공군기지에는 B-2, B-1B 전략폭격기가 배치돼 있다. 미 해군기지에는 원자력 추진 잠수함 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전략자산은 유사시 한반도에 급파될 무기들로, 핵탄두를 탑재해 투발할 수 있어 북한의 핵무기 사용 의지를 원천적으로 무력화하는 확장억제 역할을 한다.

확장억제란 미군이 동맹국에 미 본토 수준의 군사력을 제공해 이를 통해 적국의 핵무기 사용 의지를 억제하는 것을 말한다. 주로 핵무기 제공을 통한 핵우산 효과, 미사일방어체계 제공을 통한 적국 핵미사일 무력화, 핵이 아닌 재래식 첨단무기를 통한 핵사용 의지 약화 등이 확장억제의 주된 수단이다.

현재 미국의 확장억제 방안 중 한미간에 가장 효율적이면서 가장 북한에 파급 효과가 큰 옵션이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로 꼽힌다.

괌 기지의 장거리 전략폭격기 B-52, 초음속 전략폭격기 B-1B 등이 유사시 3~4시간 안에 한반도로 출격할 수 있고, 일본 오키나와 미군기지의 F-22 스텔스 전투기는 출격 수 분안에 북한 대공방어망을 유유히 뚫고 평양 핵심시설을 정밀타격할 수 있다.

한미 군 수뇌부는 이번 이순진 합참의장의 괌 방문을 계기로 미국의 전략자산을 통한 미국의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 방안과 관련해 의견을 나누고, 한미간의 강화된 군사협력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합참 측은 설명했다.

이순진 의장은 괌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미동맹은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의지와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앞으로도 맞춤형 억제전략의 실행력을 제고하기 위해 미국 확장억제전력의 상시순환배치 검토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지속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의장은 제41차 한미 군사위원회(MCM) 참석차 방미한 지난달 12일(현지시간)에도 미국 네브래스카주에 있는 전략사령부를 방문해 B-2, B-52 폭격기 등을 직접 둘러본 적이 있다.

▶같은날 국방부 “韓日 군사정보협정 과장급 협의 개최”=이 의장이 20일 만에 미국의 전략자산을 다시 둘러본 것은 지난달 한미 안보협의회(SCM)에서 우리가 요구한 미국 전략자산의 상시순환배치가 공동성명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불거진 한미간 엇박자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미군은 이번 합참의장의 방문을 통해 미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상시순환배치되지 않더라도 충분히 북한의 위협에 대응할 수 있음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상시순환배치가 실제로 이뤄진다면 대규모의 장비 및 무기의 이동 배치가 불가피해 상당한 금액적 손실이 예상됐다. 미국 측은 비효율적인 전략무기 이동 배치보다는 우리 군 수뇌부를 초청해 설득하는 전략을 쓰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 면에서 이번 방문은 전략자산의 한반도 배치보다 괌 기지 주둔이 오히려 더 효과적임을 체감시키는데 주력했을 것으로 보인다.

주한미군사령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한미 군 수뇌부가) 북한의 미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 모든 방안을 고려하는 일의 중요성에 대해 대화했고, 한미동맹 협력의 범위와 단계를 더 넓히기로 한 결정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한편, 국방부는 1일 오후 4년 만에 처음 열린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 체결과 관련해 보도자료를 내고 “한일 양국은 일본 도쿄에서 한일 군사정보협정 체결에 관해 과장급 협의를 개최했다”며 “양측은 지난 2012년 잠정 합의됐던 협정문안을 기반으로 전반적인 내용에 관해 협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다음 협의 일정은 향후 일본과 상호 조율해 결정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soo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