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中 ‘사드보복’ㆍ 日 ‘소녀상 보복’ 폭격맞은 한국외교…‘권한대행체제’ 한계 드러나다
뉴스종합| 2017-01-07 11:44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대통령 권한대행체제에 들어간 한국 외교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중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 결정에 우리 정부를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동시에 송영길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환대했다. 일본은 부산 총영사관 앞에 소녀상이 설치된 것을 빌미로 주한 대사와 총영사를 동시에 소환했다. 일본 외무성 간부는 마이니치(每日) 신문에 “정권교체 됐다고 해서 (합의를) 변경해선 안된다”며 이번 강수가 한국 차기정권을 염두에 둔 조치라는 것을 시사했다.

[사진=헤럴드경제DB]

일본과 중국 두 국가가 우리를 뒤흔들고 있지만 당장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송영길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7명은 왕이(王毅) 외교부장과 쿵쉬안유(孔鉉佑) 부장조리(차관보급)와 면담할 수 있었지만, 외교부의 김장수 주중대사는 면담조차 잡지 못했다. 한 중국 전문가는 “지금 외교부가 뭘 하려고 한다고 해도 중국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게티이미지]

당장 6일 중국 대사관 부공관장(부대사) 이ㆍ취임리셉션에서 하오 샤오페이(郝晓飞) 부대사의 후임자로 소개된 진옌광(金燕光)은 공사보다 직급이 한단계 낮은 인물이다. 중국과 한국의 냉랭해진 관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추궈훙(邱國洪) 주한중국대사는 애써 ”한국에 대한 경시가 아니며 한국에 대한 중시와 기대를 보여준 일“이라고 해명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6일 위안부 소녀상 설치에 우리 정부를 전방위로 압박했다. 일본은 주한 일본대사와 부산 총영사를 동시에 소환하는 전례없는 조치를를 취했다. 주한 대사관 폐쇄나 단교를 제외하면 최고 수위의 외교적 항의다.

하지만 소녀상 설치는 지방의 민간단체에서 설치한 것이라 외교부가 막기는 어려운 일이다. 더구나 일본 정부는 현직에 있는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일본 방위상이 지난해 12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것에 대해 “한사람의 국민으로서” 한 행위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나다 방위상이 “방위대신인 이나다 도모미가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참배한 것”이라며 직위를 거론한 것을 고려하면 민간단체에 의해 소녀상이 설치된 것보다 막중한 문제다. 당시 외교부와 국방부는 각각 마루야마 고헤이 주한 일본대사관총괄 공사대리(공사)와 다카하시 히데아키 주한 일본 국방무관을 초치해 강력하게 항의했다. 

[사진=게티이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이례적인 강수를 두는 것은 정권교체로 인해 한일 위안부 합의가 철회될 것이라는 불안 때문이다. 아베 신조(安倍 晋三) 일본 총리는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과 통화해 바이든으로부터 “합의가 착실히 이행되기를 강하게 기대한다”는 발언을 이끌어냈다. 한 일본 외무성 간부는 산케이(産經)신문에 일본의 이번 강경조치가 위안부 합의를 놓고 일본이 “도덕적 우위를 선점”하고 있다는 사실을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 알렸다고 시사했다. 산케이는 다른 외무성 소식통이 “한국 측에 메세지를 보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며 “이번 조치가 현 정부뿐만 아니라 차기 정권을 겨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중 양국의 한국 때리기는 정권교체가 이뤄지기 전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는 “계획대로 사드 배치를 추진하겠다”, “위안부 합의를 착실히 이행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차기 정권에 사드 한반도 배치를 철회를 주문하기 위해, 일본은 차기 정권에 위안부 합의 철회를 막기 위해 현 정부를 강경책으로 압박을 계속하고 있다. 당장 중국 당국과 외교부 인사와의 면담이 진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정세균 국회의장 간의 회담이 추진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은 방문 중인 프랑스 파리에서 6일(현지시간) “위안부 합의의 착실한 이행을 강력히 요구해나갈 것”이라며 우리 정부를 지속적으로 압박할 것을 시사했다.

munja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