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돈 거래하듯 외교하는 트럼프…韓·美·日 공조 빨간불
뉴스종합| 2017-01-18 11:32
주요 현안들 이슈별로 따져 외교
中견제 위해 日과 긴밀협조 가능성
한일 갈등땐 일본 손 들어 줄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오는 20일 취임은 곧 ‘거래하듯 외교하는 시대’의 막이 올랐음을 의미한다. 트럼프는 아베 신조(安倍 晋三) 일본 총리와의 회담과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의 통화에서 다자적이기보다는 양자적 소통을 선호하는 면모를 드러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구상한 한미일 삼각동맹의 미래가 불투명한 이유다.

트럼프는 북핵ㆍ미사일 문제를 미국의 안보위협으로 인식하면서도 중국을 견제할 카드로 인식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한미일 공조체제가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는 “기존 한미일 연대는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을 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지만 트럼프가 오바마 때처럼 조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도 “트럼프 행정부가 북핵문제를 미국의 심각한 안보위협으로 인식한다는 점과 중국의 미온적인 대(對)북정책에 불만이 많다는 점은 명확하다”며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트럼프는 일본과 전략적 동맹구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냉각기에 들어간 한일관계를 중재할 지는 미지수다. 일본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조나단 버크셔 밀러는 “트럼프는 아세안이나 한미일 협의회와 같은 다자적인 협력에 중재자로 나설 것 같지는 않다”며 “트럼프는 거래하듯 국가별로, 동맹국 별로 협상을 벌이는 것을 선호하는 스타일”이라고 분석했다.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도 지난해 12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념이나 가치보다는 실리를 중시하고, 전체 국제현안들을 연결시켜 함께 고려하기보다는 이슈별로 따로따로 분리시켜 거래하듯 외교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트럼프가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을 균형되게 유지하기보다는 아베 신조 일본 내각과 더 긴밀하게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대우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실장은 “북핵문제에 대처하는 차원에서 한미일 삼각동맹은 유지가 될 것”이라면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필요한 군사력과 경제력을 갖춘 일본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중 간 패권갈등이 고조되면 한국은 미일동맹 대 중국이라는 전략구조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을 직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영준 국방대학교 교수도 “기본적으로 트럼프 행정부는 미일동맹이나 한미동맹, 그리고 미중관계에서도 불확실성을 보이고 있다”며 “당장 미일ㆍ한미 동맹에 대해서도 거친 발언을 쏟아내는 데 한일 갈등이 고조되면 한미관계를 경시하는 성향을 보일 수 있다. 한일관계 갈등을 줄이고 위안부문제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조절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평가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11월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자 즉각 회담일자를 잡고 친목을 다진 바 있다. 트럼프는 당시 트위터를 통해 “아베와 멋진 우정을 시작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