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김정남 암살 사건이 북한 국가안전보위성과 외무성이 주도한 ‘국가 주도 테러사건’이다. 이병호 국정원장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북한 측 8명 중 4명이 보위성 인사로 실제 행동에 옮긴 두 사람은 외무성 출신”이라며 이같이 설명했다고 여야 정보위 간사가 전했다. 국정원은 이번 사건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주도한 테러사건으로 규정했다.
말레이시아 경찰 당국이 파악한 용의자들의 면모만 봐도 북한 정권이 직접적으로 개입된 정황이 드러난다. 이번 사건은 보위성 소속의 이재남과 외무성 소속의 리지현으로 구성된 1조와 보위성 소속 고정길과 외무성 소속 홍송학으로 구성된 2조 등 두 개 조로 나뉘어 진행됐다. 1조는 베트남 여성 흐엉을, 2조는 인도네시아 여성 바이샤를 포섭했다. 그리고 각 조는 개별로 활동하다 말레이시아에 합류했다.
주도적인 역할을 한 보위성의 정식 명칭은 ‘국가보위성(옛 국가안전보위부)’이다. 우리의 국가정보원에 해당하는 곳으로 간첩이나 정권에 해가 될 인사를 잡아내는 역할을 한다.
애초 우리 정보당국은 정찰총국의 소행으로 봤다. 정찰총국은 그동안 김정남의 감시를 맡아온 곳인데다 테러나 요인 암살 등을 주로 수행하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정찰총국은 지난 2010년 고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에 대한 암살조를 남파한 바 있다. 황 전 비서의 측근이자 1997년 남한 망명 동지였던 김덕홍 전 북한 여광무역연합총회사 총사장에 대한 독극물 암살테러까지 계획했다 적발된 사례도 있다.
특히 김정남이 공항에 나타날 시점을 정확하게 예측, 계획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정찰총국이 김정남 암살 관련 계획에 깊게 개입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여기에 김정남 피살사건의 배후에 북한이 있는 것이 확실하다면 시신에서 검출된 신경작용제 VX는 인민군 산하 평양생물기술연구원에서 연구·개발됐을 것으로 추측된다. VX는 북한 정권이 1990년대 중앙아시아로부터 반입해 ‘암살용’으로 개량해왔다는 고위급 탈북자의 증언도 있었다.
이 맹독성 물질을 말레이시아까지 운반하는데 외교행낭이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북한이 자국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김정남 암살을 국가적으로 계획한 것이다.
한편 김정남 암살 소식은 북한 내에도 상당히 알려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 원장은 이날 “이 소식이 북한 상류층에 흘러들어 가면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김정남이 김일성의 장남이라는 걸 처음 아는 사람들이 있으며 형제를 암살한 데 대해 충격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sh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