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위성 사진까지 꺼내 中 압박하는 美 “대북 제재 안 따르면 中 제재”
뉴스종합| 2017-09-13 10:07
-므누신 재무 장관 “유엔 제재 안 따르면 中 달러화 시스템서 배제”
-재무부 고위 관료, 중ㆍ러 ’북한산 석탄 밀수‘ 증거 사진 제시


[헤럴드경제=유은수 기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중국에 대북 제재 수위를 대폭 양보한 미국이 최근 중국에 대한 직접적인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중국이 유엔 제재들을 따르지 않으면 중국을 제재할 것”이라며 이례적으로 중국을 직접 거명하며 ‘세컨더리 보이콧’을 시사했다. 재무부 고위 관료는 하원 청문회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석탄 밀수출을 돕는 증거라며 위성사진과 지도를 제시했다.

므누신 장관은 12일(현지시간) 뉴욕에서 CNBC가 월가 투자자들을 상대로 연 컨퍼런스에서 “중국이 유엔 제재를 따르지 않으면 우리는 중국을 추가로 제재할 것”이라며 “중국이 미국 및 국제 달러화 시스템에 접근할 수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12일(현지시간) “중국이 유엔 제재를 따르지 않으면 우리는 중국을 추가로 제재할 것”이라며 “중국이 미국 및 국제 달러화 시스템에 접근할 수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AP연합]

최근 북한이 도발 강도를 높여가며 미국 내에서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하는 제3자 기업과 개인 대상 제재)’을 실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지만, 장관급 이상 인사가 중국을 독자 제재 대상으로 직접 거명한 것은 이례적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므누신 장관은 지난 3일 북한의 제6차 핵실험 직후 트위터와 언론 인터뷰 등에서 “북한과 거래하는 나라는 미국과 거래할 수 없도록 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므누신 장관의 이번 발언은 북한의 대외 교역의 90%를 차지하는 중국이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를 충분히 이행하지 않으면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경제 시스템에서 배제하겠다는 의미여서 중국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미 재무부는 므누신 장관의 지휘 아래 과거보다 훨씬 강경한 내용의 대북 제재안을 성안하고 있으며, 완성하는 대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마셜 빌링슬리 재무부 테러ㆍ금융정보 담당 차관보는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북한과 러시아 항구 등에 정박한 중국 선박을 촬영한 위성사진 등을 제시하며 ‘대북 제재 회피’ 증거라고 설명했다. 빌링슬리 차관보는 “중국에서 온 선박들은 ‘트랜스폰더(배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게 하는 무선 신호기)’를 끄고 북한 영해로 들어가서 석탄과 같은 (북한) 상품을 선적한다”며 “그 선박들은 한반도 남쪽을 돌아 러시아 항구로 가서 일정 기간 머문 뒤 북한산 석탄을 싣고 중국으로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북한산 석탄을 싣고 중국과 러시아로 향했다는 파나마, 자메이카 국적의 선박 사진들을 추가로 보여주며 “중국이 단둥은행의 사례처럼 앞으로 더 제재를 회피한다면 우리는 긴급히 행동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고위 관료가 안보리 결의 직후 중국과 러시아를 향한 압박을 이어가는 것은 유엔 안보리에서는 거부권 행사를 방지하기 위해 제재 내용을 양보했지만, 북한의 우방국이자 ‘생명줄’인 두 나라가 채택된 결의안을 충실히 이행할 수밖에 없도록 강제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국 초상ㆍ농업은행 등 국유 대형은행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을 공식 요구한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은 이날 청문회에서 “올해 초 중국의 지역 은행인 단둥은행을 재무부가 제재한 것은 좋은 출발이었다”며 “이들 은행(초상ㆍ농업은행)은 미국에서 상당한 영향력이 있고, 만약 그 은행들이 북한과 거래를 중단하지 않는다면 지금 당장 제재를 받아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ye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