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태영호 “北, 핵 완성 후 미국과 협상으로 주한미군 철수 유도할 것”
뉴스종합| 2017-11-02 17:06
-北 장교들은 지시 없어도 버튼 눌러 선제타격하면 희생 불가피
-美, 김정은 만나 파멸이라는 점 경고해야

[헤럴드경제=이정주 기자]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 공사는 지난 1일(현지시간) 미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북한은 핵무기 완성 후 미국과 협상을 통해 주한미군 철수 유도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군사적 옵션을 사용하기 전에 미국이 김정은을 직접 만나 지금의 방향을 고수할 경우 파멸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 전 공사는 이날 미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내부자가 바라본 북한 정권’이라는 주제 연사로 참석했다. 이번 미국 방문은 공화당 소속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그는 “김정은은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군사력의 힘을 완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오판 때문에 김정은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성공적으로 완료한 뒤 미국이 북한의 새로운 지위를 인정하게끔 하기만 하면 제재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또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확실하게 얘기해야 한다”며 “김정은은 핵무기 개발을 완료하면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한다는 로드맵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태 전 공사는 “미군이 한반도에서 철수하면 한국에 들어있는 외국인 투자도 미군을 따라 철수하고 이후 엘리트와 기업들 역시 따라 떠날 것이라는 게 북한의 계산이다”라며 “김정은은 자신이 핵무기를 갖고 나면 한국 체제에서 대규모 탈출과 같은 상황을 야기할 수 있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일본 언론 NHK는 태 전 공사가 김정은이 미 본토를 핵무기로 공격하는 능력을 확보하면 미국이 양보하는 상황에 처하면서 최종적으로 주한미군 철수와 한국 체제 붕괴를 실현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고 보도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대화의 테이블로 나올 때까지 경제적 제재 등을 강화하면서 한미동맹과 군사적 준비 상태도 더욱 확고히 구축해야 한다”면서 “한미 간 견고한 협력을 통해 미국하고만 협상하고 한국을 배제해온 북한의 전략을 좌절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또 북한이 남한에 대한 핵무기 공격 가능성에 대해 “확신할 순 없지만 김정은은 자신의 목숨이 위협받는다고 생각하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고 본다”며 “미국은 북한에 모든 군사적 행동을 취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군사옵션을 결정하기 전에 비(非)군사적 옵션을 다 시도해봤는지 재고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반도 전쟁 발발 시 예상되는 희생에 대해 태 전 공사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이 전방에 배치한 수만 대의 대포와 단거리 미사일이 한국에서 인명 피해를 가져올 것”이라며 “북한 장교들은 무슨 일이 생기면 사령관의 추가 지시 없이도 (미사일 발사) 버튼을 누르도록 훈련받는다”고 말했다.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 위협보다는 대북 제재나 정보전과 같은 ‘소프트 파워’의 활용도 강조했다.

그는 “외부 세계의 정보를 퍼뜨림으로써 북한 대중을 교육시켜 그들이 일어나도록 할 수 있다”며 “김정은의 생일과 같은 개인정보를 북한 주민들에게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김정은은 신이 아니다’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중국이 만약 강제 송환 우려가 없는 탈북 루트를 제공할 수 있다면 북한에서 대량 탈북 사태가 일어나 정권을 붕괴시킬 수 있다”며 “미국은 군사적 위협을 위해 수십억 달러를 쓰고 있지만 북한을 포함한 정보활동 비용은 매우 작은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 내부의 변화 기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태 전 공사는 “표면적으로는 김정은 정권이 공포통치를 통해 공고한 체제를 굳힌 것으로 보이지만 내부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2010년 ‘아랍의 봄’ 당시 전문가들은 북한에서는 비슷한 일이 일어나기 어렵다고 예상했지만 이런 변화들을 볼때 북한에서도 그러한 반란이 일어나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고 내다봤다.

sagamor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