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남북회담] 南北 1ㆍ9합의, 성과 냈지만 ‘核 그림자’ 드리웠다
뉴스종합| 2018-01-10 11:07
-北 기대 넘은 평창올림픽 선물보따리 풀어
-리선권 “수소탄 동족 아닌 미국 겨냥한 것”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남북대화인 9일 남북 고위급 당국회담은 1ㆍ9합의를 통해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적극 참가를 합의하는 등 적잖은 성과를 냈다.

그러나 가장 큰 한반도 현안인 북핵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서로의 입장차를 확인하는데 그치면서 향후 북핵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사진제공=연합뉴스]

▶北 “오늘 회담 참으로 잘됐다”=25개월만에 재개된 남북회담의 성과는 양측에서 수석대표로 나선 조명균 통일부장관이 “향후 발전을 위해 중요한 첫걸음을 내딛었다”고 하고,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오늘 회담은 참으로 잘됐다”고 자평할 정도로 기대 이상이었다.

북한은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와 관련해 선수단은 물론 고위급 대표단과 민족올림픽위원회 대표단, 응원단, 예술단, 참관단, 태권도 시범단, 기자단 파견과 함께 사실상 개회식 공동입장과 공동문화 행사 개최라는 안팎의 예상을 뛰어넘는 선물보따리를 풀었다.

또 후속 고위급회담과 군사당국회담, 그리고 평창올림픽 관련 실무회담 등을 열기로 함으로써 오랜 긴장상태에 있던 남북관계에서 의미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남북 당국이 처음 만난 자리에서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골자로 하는 우리측의 한반도정책을 북한 측에 직접 설명하는 기회를 마련했다는 점도 의미를 갖는다.

조 장관은 이와 관련, “우리는 북측을 평화 정착의 상대방으로 인정하고 존중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할 의사가 있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美 언론 리 위원장 발언에 “정신 번쩍”=그러나 북한은 우리측의 한반도 비핵화 등 한반도 평화정착과 관련한 문제제기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남북관계에서 핵 문제를 다루지 않겠다는 기존 논리를 되풀이했다.

리 위원장은 이날 오후 남북 고위급당국회담 종결회의에서 “우리가 보유한 원자탄, 수소탄, 대륙간탄도로켓(ICBM)을 비롯한 모든 최첨단 전략무기는 철두철미 미국을 겨냥한 것이지 우리 동족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어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것도 아니다”면서 “북남 사이의 관계가 아닌 문제를 북남 사이에 박아 넣고 여론을 흐리게 하고 불미스러운 처사를 빚어낸다”며 언성을 높였다.

리 위원장은 이런 발언을 쏟아내면서 손을 떨고 종이를 계속 만지작거리는 등 다소 흥분한 모습마저 비쳤다.

북핵문제와 한반도 정세에 있어서 또다른 중요한 한축인 미국은 리 위원장 발언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WP)는 “정신이 번쩍 들게 한 말”이라며 “북한은 여전히 핵무기를 통해 미국의 공격을 막아낼 권리를 계속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CNBC 방송은 “북한은 이번 회담에서 북한의 핵 프로그램과 무기를 의제로 삼는 것은 남북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며 “핵 프로그램은 남북 간 대화 의제가 아니라고 분명히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향후 북미대화가 재개되더라도 북핵문제를 둘러싼 양측의 간극을 좁히기 쉽지 않을 것임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또 북한이 남북대화와 북핵문제를 철저히 분리한다는 입장을 끝내 고수한다면 남북관계 진전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문제를 풀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구상도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