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정부 ‘국영 방위산업체’ 설립 검토
뉴스종합| 2018-08-16 11:25
정부 직접 제어 ‘비리 근절’ 기대
민간 방산업체 “국영 독식” 우려


국방부 직속기관인 국방과학연구소 산하에 국영 방위산업체를 설립하는 방안이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측은 방위산업을 직접 제어하고 운영함으로써 효율성과 보안성을 높이고, 방산비리 근절 및 일자리 창출 효과까지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민간 방산업체들은 가뜩이나 수익률이 낮은 방산업계를 국영업체가 독식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16일 방산업계 익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국과연 내부에서 방위산업체를 자체적으로 설립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방안이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국과연의 핵심 실세가 이 사업을 직접 챙기고 있어 조만간 현실화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과연은 수입된 특정 최첨단 무기를 국산화하는 과정에서 국영 방산업체를 활용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업체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무기를 국산화하는 과정에서 민간업체를 활용할 경우 절차나 보안 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과연은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이스라엘의 국영 방산업체 사례에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3대 방위산업체로 불리는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 라파엘, 엘빗시스템 등은 대부분 국영 방산업체로서 ‘국토는 좁지만 군사력은 세계 일류’라는 이스라엘의 최첨단 군사기술 강국 이미지를 대표한다.

1967년 정부지분 100%로 출범한 IAI의 군사정찰용 드론 중 유명 모델인 ‘헤론’은 대당 가격이 100억원이 넘지만 세계 각국의 군사 수요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은 지난 2016년 헤론 3대를 수입해 북한과의 무력 충돌 가능성이 가장 큰 서해5도 정찰 임무에 투입해왔다.

라파엘은 한국의 국과연에 해당하는 이스라엘 연구개발국(EMET)을 거쳐 민간 방산업체로 독립한 경우다. 한때 북한의 수도권 장사정포 대응 요격시스템으로 국내 도입이 신중히 검토된 ‘아이언돔’ 개발사가 라파엘이다. 현재 연평도에 실전배치된 스파이크(Spike) 미사일도 라파엘 작품이다.

정부 방위산업계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국영 방산업체를 설립하는 방안은 여러모로 장점이 있다고 판단돼 수 년 전 부터 검토돼왔다”며 “최근 세계적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이스라엘 방산업체들 다수가 벤치마킹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방위산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지정하고 방산 수출에 주력하고 있다. 첨단 주요 무기를 미국이나 유럽에서 수입하는 경우가 많고, 국내 방산업체들이 국내 수요만 충족하기엔 규모가 커져 수익률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국내 민간 방산업체 관계자는 “정부 소속 국영 방산업체가 생기면 그 업체가 시장을 독식할 수 있다”며 “지금도 민간 방산업체의 수익률이 극히 낮은 상황인데 이중고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수한 기자/soo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