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번째 파견’ KDRT, 인명구조 새 역사
자연재해·전염병 등 UN서 ‘최고 등급’
생존자 추가 구조에 현지인들 기립박수
“현금 지원땐 수요 맞춰 필요물품 조달”
튀르키예 지진 대응 1진 긴급구호대에 파견됐던 김민지(오른쪽) 코이카 다자협력인도지원실 대리와 백주영 코이카 해외봉사모집팀 전임. 박해묵 기자 |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Korea Disaster Relief Team·KDRT)는 이번 튀르키예 지진 대응을 위한 파견으로 총 9번의 임무를 완수했다.
특히 이번 구호대는 KDRT 역사상 처음으로 생존자를 구조한 활동으로 역사를 썼다. 임무를 완수하고 무사히 복귀한 이들에게 튀르키예와 대한민국 국민의 격려가 쏟아졌지만, 정작 대원들은 무너진 터전에서 일상을 계속해야 하는 남은 이들을 떠올리며 고개를 숙였다.
헤럴드경제는 지난달 28일 헤럴드스퀘어에서 KDRT 대원으로 활동한 김민지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 다자협력인도지원실 대리(32)와 백주영 코이카 해외봉사모집팀 전임(27)을 만났다.
백 전임은 “저희는 열흘을 잘 참고 돌아오면 끝인데 장기적으로 그 상황을 지속해야 하는 튀르키예 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며 “더 많이 구조하지 못해서 죄송하다”며 끝내 눈물을 흘렸다.
KDRT는 2007년 해외긴급구호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이 제정되면서 설립됐다. 재난이 발생한 국가의 피해 감소, 복구 또는 인명구조, 의료구호 등을 지원하기 위해 대한민국 정부가 파견하는 구호대다. 외교부 개발협력국 다자협력인도지원과를 중심으로 소방청, 보건복지부, 코이카로 구성된다.
2008년 중국 쓰촨성 대지진 현장에 최초로 파견된 KDRT는 이번 튀르키예 지진 현장까지 총 9번의 임무를 완수했다. 그동안 ▷미얀마 나르기스 사이클론 피해 대응(2008년) ▷인도네시아 지진 피해 대응(2009년) ▷아이티 지진 피해 대응(2010년) 필리핀 하이옌 태풍 피해 대응(2013년) 네팔 지진 피해 대응(2015년) 등 재난 현장에 파견됐다.
특히 2014년 시에라리온 에볼라바이러스 대응을 위해 최초로 전염병 대응을 위한 KDRT가 파견됐다. 3번에 걸쳐 의료대 24명과 지원대 11명이 파견됐고 모두 감염증상 없이 복귀했다. 2018년 라오스 댐 붕괴 사고에 대응하기 위해 파견된 KDRT는 민간단체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이번 튀르키예 대응 KDRT는 그동안의 경험이 총망라됐다. 2018년 라오스 댐 붕괴 대응 KDRT는 의료팀으로 구성됐기 때문에, 수색·구조대로 구성된 KDRT팀은 2015년 네팔 지진 피해 대응 이후 약 8년만의 파견이다.
이번 구호대는 특전사 등 수색에 특화된 군 인력 60여명을 포함해 1진으로 118명으로 구성, 단일 파견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의 팀이 파견됐다. 특히 1진 구호대는 수색작업 첫날에만 5명의 생존자를 구조했고, ‘골든타임’으로 알려진 72시간이 지난 후에도 3명의 생존자를 추가 구조해 국제사회의 찬사를 받았다. KDRT는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팀으로, 2011년 유엔 국제탐색구조자문단 등급분류심사에서 최고등급인 ‘HEAVY’를 획득했고, 2016년에는 재인증을 받았다.
KDRT팀에 대한 튀르키예 국민들의 도움과 응원은 뜨거웠다. 첫 수색활동은 새벽 4시에 시작됐는데, 현지인 봉사자는 자신의 버스를 KDRT팀에 지원했다. 버스에서 자고 있던 이재민은 자신의 짐을 모두 꺼내 KDRT 구조대원과 구조견을 태우고 구조 장비를 실은 후 현장으로 이동했다.
현지인들은 KDRT팀이 미처 챙겨오지 못한 생필품과 부족한 식량을 아낌없이 나눠주었다. 한 번은 차량 이동을 위한 기름이 필요했는데, 튀르키예 소방대원들의 안내로 간신히 주유소를 찾았고 이 주유소에서는 KDRT팀을 위해 필요한 기름을 무상으로 제공했다.
영어 선생님인 한 현지인 봉사자는 자신은 시멘트 바닥에서 침낭 없이 자면서 KDRT팀에 필요한 물품을 구해주고 KDRT팀의 통역을 맡아주기도 했다.
김 대리는 “현지 분들이 저희를 만나면 안아주시기도 하고, 감사의 표시를 하셨다”며 “현장 활동을 할 때도 여성분들은 어깨에 입을 맞추며 감사함을 표하셨을 만큼 우호적이셨다”고 말했다.
백 전임은 “출국을 위해 아다나 공항으로 갔을 때도 저희를 알아본 현지인분들이 기립박수를 보내주셨다”며 “현지에서 유명한 SNS에 저희 구조견 사진이나 저희가 사용하던 텐트에 남긴 메시지 등 KDRT 관련한 포스팅이 많이 올라왔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많은 관심과 격려를 받고 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KDRT가 숙영지에서 사용한 텐트는 현지 주민들에게 기부했다. 숙영지를 떠나는 마지막 날, 튀르키예 주민들과 대원들은 서로 우정의 글귀를 남겼다. 백 전임은 튀르키예어로 “튀르키예의 평화를 빕니다. 기도하겠습니다”라고, 김 대리는 영어로 “한국은 언제나 튀르키예와 함께할 것”이라고 글을 남겼다.
KDRT 2진은 튀르키예 재난지원청에 매트를 포함한 텐트 총 1030동(민간 780동, 정부 250동), 담요 총 3260장(민간 1000장, 정부 2260장), 침낭 총 2200장(민간 2200장) 등 구호물품을 기증했다. 1진 구호대는 안타키아 지역에서 철수하면서 사용하던 구호품 등을 대부분 기증했다.
현재 튀르키예에 가장 필요한 도움은 무엇일까. 백 전임은 “앞으로는 텐트에서 조립식 주택 위주로 이재민촌을 만들어 임시거주를 지원한다고 한다”며 “현장 상황이 계속 변하기 때문에 재난 상황에서는 현금을 지원했을 때 현지 수요에 맞게 필요한 물품을 조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은지 기자, 코리아헤럴드 신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