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문제
“시름시름 앓는 귀신병, 부적 소문 있었다” 탈북민 北핵실험 첫 공개증언
뉴스종합| 2023-09-21 08:49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센터포인트 광화문 빌딩에서 열린 북한 길주군 탈북민 핵실험 피해 사례 증언회에서 탈북민이 증언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북한 풍계리 핵실험장이 있는 길주군 출신 탈북민들이 핵 실험에 따른 방사성 물질 누출 피해를 증언했다.

기자회견을 주최한 북한자유주간 준비위원회에 따르면 길주군 출신 탈북민의 북한 핵실험 피해 공개 증언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20회 '북한자유주간' 행사 일환으로 지난 20일 서울 광화문 센터포인트빌딩에서 열린 북한 핵실험 피해 증언 기자회견에는 김순복(이하 가명), 이영란, 남경훈, 김정금 등 길주군 출신 탈북민 4명이 증언자로 나섰다.

지난 2011년 한국에 입국한 김순복 씨는 길주군 거주 당시 북한의 핵실험장이 있는 풍계리에서 흘러 내려오는 남대천의 물을 식수로 썼다고 밝혔다.

그는 "핵실험장이 건설되고 군인들이 차단봉을 설치하고 이동을 통제하기 전까지는 물 좋고 경치 좋은 시골 마을이었던 풍계리는 이제 더는 찾을 길이 없다"며 "언제부터인가 류머티즘 관절염을 앓는 환자가 늘었다. 결핵 환자, 피부염 환자도 늘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람들은 이 밖에도 진단이 명확하지 않고 시름시름 앓는 사람들을 가리켜 귀신병에 걸렸다고 했다"며 "무당을 찾아 부적을 써야 한다는 소문도 있었다"고 했다.

이신화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센터포인트 광화문 빌딩에서 열린 북한 길주군 탈북민 핵실험 피해 사례 증언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

북한의 2013년 3차 핵 실험 때 길주군에 거주한 이영란 씨는 탈북 후 한국에 오고 난 후에야 핵 실험이 인체에 악영향을 준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그는 "길주군 주민들은 풍계리에서 내려오는 물을 식수로 이용했다. 대부분 피폭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핵 실험 후)하나둘 병원에서 결핵 진단을 받았다. 병에 걸리고 4년을 넘기지 못한 채 죽었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 한 이신화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과 로켓 발사만 주목하고 있지만, 이 문제들만큼 중요히 다뤄져야 할 이슈가 세상 어디에도 유례 없는 북한의 개탄스러운 인권 상황"이라며 "특히 풍계리 핵실험장에서의 방사성 물질 유출과 길주군 일대 주민들의 건강 위험은 대표적 사례"라고 했다.

지난 2017년에도 길주군 탈북민의 비슷한 증언이 외신을 통해 보도됐다.

당시 미국방송사 NBC뉴스는 지난 2010년 길주군에서 탈북한 이정화 씨를 인터뷰했는데, 이 씨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이유를 몰라)우리는 귀신병이라고 불렀다"며 "처음에는 가난하고 못먹어서 죽은 줄 알았는데 이젠 방사능 때문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한편 통일부는 올 들어 북한 핵실험장 인근 지역 출신 탈북민을 대상으로 피폭 전수 조사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