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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격랑의 중동’ 사우디·카타르 국빈방문…기업 130곳 동행 ‘중동 2.0’ 본격화 [용산실록]
뉴스종합| 2023-10-20 09:33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방한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와 회담을 마친 뒤 환담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21일부터 26일까지 4박6일 일정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를 국빈 방문한다. 두 나라 모두 대한민국 대통령이 국빈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무력 충돌이 격화되면서 중동 정세가 불안정한 가운데 순방을 강행하는 윤 대통령은 안보정세를 논의하고 새로운 협력 관계인 ‘중동 2.0’을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먼저 21일부터 24일까지 사우디 리야드를 방문한다. 22일 모하메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왕세자와의 정상회담 후 국빈오찬에 참석한다. 같은 날 저녁에는 양국 기업인 300여명이 참석하는 한-사우디 투자포럼이 열린다. 23일에는 킹 사우드 대학을 방문해 강연을 하고 ▷한-사우디 미래기술 파트너십 포럼 ▷한-사우디 건설협력 5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다. 24일에는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 포럼 행사에 주빈으로 참석해 한-중동 간 협력관계를 논의한다.

윤 대통령은 24일 카타르 도하로 이동해 국제원예박람회를 방문하는 일정을 시작으로 25일에는 ▷타밈 빈 하마드 알 싸니 국왕과 정상회담 및 국빈오찬 ▷한-카타르 비즈니스 포럼 ▷카타르 교육도시 방문 일정을 소화한 뒤 귀국길에 오른다.

윤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무력 충돌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이번 중동 순방을 강행한다. 앞서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국왕의 방한 일정은 ‘상호 협의 하에’ 순연하기로 결정했었다.

특히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이스라엘 자치권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빈 살만 왕세자는 팔레스타인 공개 지지를 밝히면서 윤 대통령의 ‘가치외교’에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을 대통령실도 인지하고 있다. 다만 빈 살만 왕세자가 ‘하마스’가 아닌 팔레스타인을 지지했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만나 정세를 논의하는 등 지역 내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외교적 메시지였다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상호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에 대해 의견 교환을 했고, 상대방(사우디와 카타르)은 우리가 일정을 바꾸거나 취소하지 않고 일정대로, 계획한 대로 와주셨으면 좋겠다는 강한 입장을 먼저 피력해 왔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양국 정상과 만나 정세에 관한 논의를 통해 민간인 사상자가 다수 발생하는 것과 관련해 우려를 표명하고 인도적 지원 의지를 밝힐 예정이다. 현재까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에서 총 4878명이 사망하고 1만6627명이 부상을 입었다. 외교부는 민간인을 돕기 위해 국제기구 등을 통해 200만 달러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2030 세계박람회 유치를 두고 부산과 경쟁하고 있는 사우디 리야드를 방문하는 것은 윤 대통령으로서는 정치적으로 부담으로 작용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선의의 경쟁을 하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되 마지막에 깨끗이 승복한다는 자세로, 정상회담에서도 이 문제는 논의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외 부담을 딛고 사우디와 카타르로 향하는 윤 대통령은 이번 순방을 통해 경제성과 창출에 집중한다.

대통령실은 이번 중동 순방을 통해 에너지, 건설 등 전통적인 협력 분야에서 전기차, 조선, 스마트팜, 문화콘텐츠 등 협력 분야를 확대하는 ‘중동 2.0’을 가동한다. 최근 유럽과 중동에서의 전쟁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안정적인 원유와 가스 공급 방안을 논의하고 국제 에너지 시장 안정을 위한 중동 국가들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탄소 기반의 중동 1.0을 넘어 탈탄소 기반의 중동 2.0으로 새로운 협력 관계 설정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첨단 제조 기술력과 산업발전 경험을 보유한 우리나라는 중동 국가들의 미래 비전 달성에 필요한 최적의 파트너”라고 밝혔다.

이번 사우디 일정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허태수 GS 회장, 정기선 HD현대 사장,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 등 기업인 130명이 동행한다. 윤 대통령은 별도의 경제사절단 격려 자리도 마련된다.

특히 지난해 빈살만 왕세자의 방한을 계기로 300억 달러 규모의 26건의 MOU를 체결한 데 이어 이번 윤 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추가 MOU 및 계약 논의가 있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