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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마스 충돌 격화·의전비서관 사의…국내외 현안 속 尹대통령 중동行
뉴스종합| 2023-10-21 06:05
유엔총회 기조연설과 30개국 이상의 양자 정상회담 등 다자외교를 위해 미국을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8일 오전 성남 서울공항에서 출국하며 전용기인 공군 1호기 탑승에 앞서 환송객에 인사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격화되는 중동 정세와 강서구청장 선거 후폭풍 등 국내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21일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순방길에 오른다.

윤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는 이날 4박6일 간 중동 순방을 떠난다. 이번 순방은 지난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참석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윤 대통령은 순방 전날인 20일 김승희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의 사표를 수리했다. 같은 날 국회 교육위원회의 경기도교육청 국정감사에서 김 비서관의 초등학생 자녀가 후배를 때려 전치 9주의 상해를 입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통령실은 김 의전비서관을 순방 수행단에서 배제하고 공직기강조사에 착수하려 했으나, 김 비서관이 “부모로서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며 윤 대통령의 국정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사표를 제출했고, 윤 대통령은 이를 즉시 수리했다.

지난 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여당 후보가 참패한 이후 윤 대통령은 소통을 강화하고 국정 운영 기조를 변화하는 데 주력해왔다. 이번 김 의전비서관 논란으로 국정 쇄신 드라이브에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판단, ‘민심 이반’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 속전속결로 사표를 수리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보궐선거 이후 “차분하고 지혜로운 변화”(13일 참모회의), “국민 소통, 현장 소통, 당정 소통을 더 강화하라”(16일 참모회의), “정서적으로 공감하는 자세로 내각과 당이 움직여야”(17일 국민통합위원회 만찬), “국민은 무조건 옳다” “어떠한 비판에도 변명을 해서는 안 된다”(18일 참모회의)며 쇄신을 주문했고, “선거를 위한 정치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 나가야 한다”(19일 필수의료혁신 전략회의)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승희 의전비서관 사퇴로 윤 대통령의 이번 순방일정은 의전비서관이 없이 외교부 의전장을 중심으로 진행하게 됐다.

지난 3월 김일범 초대 의전비서관도 한일 정상회담 일주일을 앞두고 개인 신상을 이유로 사표를 제출하면서, 당시 김승희 의전비서관 선임행정관이 직무대리를 맡았고, 4월 윤 대통령의 방미 일정을 앞두고 김 행정관을 의전비서관에 정식 임명했다.

김일범 전 비서관이 공석이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대통령실은 해외 일정에서는 외교부 의전장이 주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번 중동 순방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은 21일부터 26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와 카타르 도하를 국빈 방문한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두 국가를 국빈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우디는 중동지역 최대 교역 상대국으로, 우리나라는 사우디 국가발전전략인 ‘비전 2030’ 추진 중점 협력국 중 하나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우리 경제와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사우디 국가 발전과 우리 경제발전에 서로 도움이 되는 호혜적 협력을 심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모하메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사우디 왕세자 방한을 계기로 300억 달러 규모의 26건의 MOU를 체결한 데 이어 이번 윤 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추가 MOU 및 계약 논의가 있을 예정이다.

내년 수교 50주년을 맞이하는 카타르는 우리나라 제2위 LNG 공급 국가다. 우리 기업들은 카타르 국립박물관 건설과 루사일 고속도로 건설 등 국가 프로젝트를 비롯해 다수의 건설 사업에 참여해 왔다.

김 차장은 “정부는 에너지, 건설 중심의 협력을 투자, 방산, 농업, 문화, 인적교류 등 전방위로 확대하고 국민들이 혜택을 체감할 수 있도록 협력 프로그램을 추진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무력 충돌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중동 지역을 방문한다. 사우디와 카타르는 우리의 우방국인 이스라엘과 수교를 맺지 않은 나라들이다.

윤 대통령은 이번 사우디, 카타르와의 정상회담에서 안보 정세를 논의하고, 민간인 사상자 급증에 대한 우려와 인도적 차원에서의 지원을 설명하고, 중동 역내 평화를 진작하면서 국제사회의 도전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 행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