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막혔던 남북경협 풀릴까
뉴스종합| 2011-08-25 10:41
북핵 문제는 간신히 체면을 차렸고 경제적으로는 실속을 챙겼다.

24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동부 울란우데에서 열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에 대한 대체적인 평가다.

나탈리야 티마코바 러시아 대통령 공보실장은 이날 북러 정상회담 뒤 북한이 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재개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티마코바 실장은 “김 위원장이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6자 회담에 복귀할 준비가돼 있다는 뜻을 밝혔다”며 “6자 회담 과정에서 북한이 핵물질 생산 및 핵실험을 잠정중단(모라토리엄)할 준비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우리 측과 미국은 이번 합의를 “불충분하다”며 평가절하하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전제조건 없이 6자회담에 복귀할 준비가 돼 있다는 북한의 입장은 그간 북한이 해 온 얘기를 반복한 것”이라며 “북한은 사전 비핵화조치를 통해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김성환 외교부장관은 러시아 방문 직후인 지난 12일 내외신 브리핑에서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포함한 모든 핵활동 중단과 IAEA의 사찰을 통한 확인 등을 6자회담에 앞서 북한이 취해야 할 선행조치로 제시한 바 있다.

빅토리아 눌런드 미국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6자회담을 재개하기에는 불충분하다”고 말했다. 미국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이번 회담 결과에 대해 “북한은 그동안 단순히 이전 상태로 복귀하겠다는 외교적 약속을 함으로써 경제지원을 대가로 받곤 했지만 항상 그렇듯 북한의 약속이 실천된 적은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반면 남북러 3국간 가스관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양측이 상당한 진전을 보였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회담 후 “북한을 거쳐 남한으로 가스를 공급하기 위한 3자 특별위원회를 발족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측은 3국을 잇는 1700㎞ 규모의 가스관을 연결해 연간 100억㎡의 가스를 수송하는 것부터 시작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조만간 러시아가 우리 측에 3자 위원회 발족과 관련한 제의를 해올 가능성이 높다. 북한 경유 가스관 건설은 우리 측에도 상당한 이익을 안겨줄 전망이나, 남북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가 시원스럽게 해결되지 않았고, 천안함ㆍ연평도 사건에 대한 우리 정부의 강경한 입장도 걸림돌이다. 북한이 남북간 긴장 고조시 가스관을 일방적으로 차단하는 등 가스관을 악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대북 전문가는 “남북러 가스관은 북한에 대한 신뢰가 전적으로 필요한 사안”이라며 “최근 금강산 관광 문제로 남북이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가 전향적으로 이번 프로젝트를 밀고나갈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매우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인택 통일부장관은 25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북한 전문가 초청간담회 축사에서 “최소한의 신뢰마저 저버리는 북한을 어느 국가, 어느 기업, 어느 개인이 믿고 투자하겠느냐”며 북한의 금강산내 남측 재산권 처분 조치를 비판했다.

<안현태ㆍ김윤희 기자 @godmarx> pop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