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키리크스 美대사관 전문 공개…MB정부 자원외교 부실 속속 드러나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29일 공개한 미국대사관의 2009년 2월 26일자 전문에 따르면, 청와대는 이틀 전인 24일 이명박 대통령과 잘랄 탈라바니 이라크 대통령이 서울에서 연 정상회담에서 유전 개발과 인프라 건설을 연계하는 사업에 합의해 양해각서를 맺었다고 발표했다. 청와대는 당시 보도자료를 내고 이 MOU로 한국이 이라크의 주요 인프라 건설에 참여하고 그 대가로 남부 바스라 지역의 20억여배럴에 이르는 유전 개발권을 취득할 수 있게 됐으며, 총 사업 규모는 35억5000만달러(약 4조2351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틀 뒤 우리 외교통상부 중동과장은 미대사관 관계자를 만나 당시 보도자료 내용이 구체적인 합의 없이 ‘설익은 상태로’ 발표됐다고 전한 것으로 전문은 기록했다.
외교부 중동과장은 또 양국 정상들이 한 시간 동안 진행된 회담에서 합의의 구체적인 사항을 도출해낼 시간이 없었을 뿐이며, 나머지는 그 해 5월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열리는 양국 간 장관급 회담에서 마무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미대사는 “청와대 보도자료와는 달리 이 MOU는 구체적인 산물을 약속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당시 청와대는 정상회담을 통해 쿠르드 지역의 유전 개발에 한국 기업들이 참여해 불거진 양국 간 마찰이 해소됐다고 확신했다. 그러나 이라크 정부는 정상회담 한 달여 뒤에도 쿠르드 유전 개발에 참여한 한국석유공사와 SK에너지 등 한국 기업을 유전 개발 입찰에서 배제한다고 거듭 선언했다. 그 해 4월 지식경제부 대표단 협의에서도 결론을 내지 못해 정부의 애초 계획은 끝내 실현되지 못했다.
김윤희 기자/wor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