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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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종합| 2011-10-10 09:55
군부대 2600곳·출연진만 2만여개 팀

최장수 라디오 공개방송 50돌

곽규석서 이준기까지 MC 면면도 화려





지난 9월 30일 저녁 7시 전쟁기념관 평화의 광장에서는 뜻깊은 행사가 펼쳐졌다. 국군장병들의 노고를 위로하는 국내 최장수 공개방송 ‘위문열차’ 50주년 특집공연이었다.

이날 공연은 건군 63주년 국군의날 전야제로 1부 해군홍보단 빅밴드 공연에 이어, 2부 빅쇼에서 위문열차 1회 출연자 명국환 씨가 나와 50주년을 축하하고, 이선호(앤디) 이준기 이동건 박효신 최진(에픽하이) 등 연예병사들과 가수 ‘김소리’, 연예병사 출신 ‘싸이’가 우정출연 등으로 5000여 관객에게 뜨거운 무대를 선보였다.

국군방송 위문열차는 1961년 10월 23일 첫 공연의 기적소리를 울린 이래 지금까지 한 주도 거르지 않고 장병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라도 달려가는 최장수 라디오 공개방송이다.

위문열차의 첫 공개방송은 옛 국회의사당 앞 ‘코리아헤럴드’ 건물 내에 있던 KBS 공개홀에서 당시 ‘후라이보이’란 예명으로 더 잘 알려진 곽규석 씨의 진행으로 시작됐다. 40분 분량으로 제작됐던 위문열차 공개방송은 박춘석 KBS 전속악단이 반주를 맡고 당시 최고의 인기가수였던 패티김, 박재란, 명국환, 김치켓 등이 출연해 국군장병들은 물론 대형 쇼 프로그램에 익숙하지 않았던 국민들에게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 이후로 국군방송 위문열차는 매주 격오지는 물론이고 최전방까지 대한민국 방방곡곡 부대가 있는 곳이면 어느 곳이든 달려가 국군장병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선사해오고 있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신체 건강한 젊은이로 국방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해온 남자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프로그램이다.

위문열차를 담당하고 있는 김광열 PD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어주는 병사들의 소중한 프로그램으로, 50년 동안 계속 달려온 위문열차는 국군장병이 존재하는 한 앞으로 100년까지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 등용문’…스타 MC도 즐비=50년의 역사를 거치는 동안 위문열차에는 많은 스타들이 출연했으며, 아울러 ‘스타 등용문’ 역할을 하기도 했다. 연예가에는 한때 ‘위문열차 무대에서 장병들의 인정을 받으면 바로 스타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는 설이 나돌기도 했을 정도다.

위문열차는 내로라하는 인기스타들이 오르는 무대다. 과거 송해, 서영춘, 최희준, 현미, 현철, 설운도, 인순이, 혜은이, 소방차, 조용필, 민해경, 신효범, 박진영, 엄정화, 김현정, 이수영, 쥬얼리, 아이비, 원더걸스, 소녀시대, 카라, 씨야, 천상지희, 민효린, 배슬기, 이효리, 손담비, 브아걸, 티아라 등등 당대 최고의 인기가수들이 기꺼이 위문열차에 동승했다.

역대 위문열차 MC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60~70년대를 풍미했던 곽규석을 비롯해 전국노래자랑의 송해, 국군장병들의 영원한 친구 뽀빠이 이상용, 코미디언 허원, 이하원, 가수 박상규, 뚝딱이아빠 김종석, 재치만점 서경석 등 MC 하면 떠오르는 연예인들은 모두 위문열차 MC 출신들이다.

한 회 평균 2500여명의 국군장병을 관객으로, 생방송보다 더 변화무쌍한 2시간여의 공개방송을 진행하다 보면 웬만한 프로그램 진행은 ‘식은 죽 먹기’다. 가수들의 도착시간 등 여러 상황에 따라 공연순서가 바뀌고 혈기방장한 장병들이 언제 어디서 무대로 뛰어 올라올지 모르는 돌발상황이 도사리고 있어 위문열차 진행은 늘 긴장의 연속이다. 이런 무대를 매주 진행하다 보면 MC계의 베테랑이 될 수밖에 없다.

90년대 들어서는 유명 연예인 출신의 연예병사들이 국방홍보원에 대거 영입되면서 위문열차 MC 자리는 이훈, 이민우, 홍경인, 박광현, 지성, 클릭비의 김태형, 붐, 이민호 등 연예병사 출신들의 몫이 됐다. 현재는 ‘왕의남자’ 이준기 병장이 무대를 지키고 있다. 


▶기네스북 등재…숫자로 보는 위문열차=위문열차는 2010년 9월 30일 역사적인 공개방송 2500회 특집공연을 가짐으로써 국내 최장수 공개방송으로 한국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처음 기적을 울리며 출발한 1961년부터 올해까지 위문열차의 기록을 숫자로 살펴보자. 위문열차는 연간 52회를 공연하는데, 50년간 그 이동거리를 수치로 환산하면 왕복 약 1만4400㎞에 달한다. 공연횟수는 올 연말까지 2600여회를 맞는데, 약 2600개 부대를 방문했다는 얘기다. 1회 공연에 평균 8개 팀 정도의 가수들이 출연하는데, 올해까지 위문열차 무대에 올랐거나 오를 출연진은 2만여개 팀이나 된다.

또 50년간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전군을 대상으로 1회 2000~3000명의 장병을 대상으로 공연한 것을 감안하면 줄잡아 500만여명의 장병이 위문열차 공개방송을 지켜봤다는 계산이 나온다. 엄청난 대기록이다.

▶민ㆍ군 화합 ‘분위기 메이커’ 역할도=위문열차는 민ㆍ군 화합의 장을 마련하는 분위기 메이커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진해군항제와 국군의 날, 국방일보 전우마라톤대회, 지상군페스티벌 등 민ㆍ군이 함께하는 행사에는 어김없이 위문열차가 있었다. 백령도 등 위문열차 공연지의 장병은 물론 지역주민들의 축제이기도 했다.

공중파 못지않은 화려한 출연진과 무대세팅, 군복무 때문에 일반방송에서는 볼 수 없는 연예병사들까지 대거 출연하는 위문열차는 국군장병뿐만 아니라 일반인, 팬들에게도 큰 인기를 얻었다. 이렇게 위문열차가 화려한 무대를 갖추는 데는 KT&G의 후원에 힘입은 바 크다. KT&G는 2001년부터 11년간 총 88억원을 협찬했다.

위문열차는 2008년 4월 26일 ‘카투사-주한미군 친선주간’을 맞아 미2사단 동두천 캠프 케이시에서 공연을 해 미 2사단 최초 공연이라는 기록을 세웠으며, 2009년에는 한미연합사 용산기지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다.

김광열 PD는 “지상파 방송에서 개편 때마다 군 관련 프로그램이 아이디어로 제출되고 있지만, 위문열차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며 “지상파 방송의 롤 모델 프로그램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야외공연이다 보니 날씨와의 전쟁에다 각종 준비로 강행군을 거듭, 고생도 많지만 그만큼 보람도 크다”며 “지난 50년간 위문열차는 그 누구보다 국군장병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함께 숨쉬고 함께 환호하고 함께 즐거워하는 프로그램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김대우 기자/dewkim@heraldcorp.com 
사진=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