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문제
불발탄 쏜 11월 정상회담설...노무현전철 따를까
뉴스종합| 2011-11-02 10:11
국내 정치권이 주목해 온 ‘11월 남북정상회담설’이 일단 수면 아래로 잠복하는 분위기다.

지난 8월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의 “11월 남북관계 중대 변화” 발언 이후 정상회담을 둘러싼 입소문들은 시간이 갈수록 매운 연기를 피워올리고 있지만, 정작 이명박 대통령은 연이은 외신 인터뷰에서 “정치적인 목적만으로 김 위원장을 만날 의사가 없다(11월 1일. 르 피가로)”, “북한 문제를 정치적으로 접근할 계획이 없다(10월 30일. 월스트리트 저널)”고 못박고 있기 때문이다.

회담 추진 과정이 물 흐르듯 진행되고 있다면, 적어도 이 대통령이 배수진의 강경 어조를 반복할 이유가 없다고 보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지난 달 중순 미국 조지아대에서 열린 ‘남ㆍ북ㆍ미 3자 토론회’에 참석한 박주선 민주당 최고의원도 귀국 후 이같은 정황을 시사하는 대화 내용을 소개했다.

박 의원은 당시 동석했던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의 말을 인용, “두 번이나 정상회담에 합의해놓고 남측이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그런 정권하고 어떻게 정상회담 얘기를 꺼내겠느냐”고 전했다.

‘회담을 위한 회담은 없다’는 이 대통령의 일관된 입장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들어 남북 정상회담 추진을 위한 물밑 노력은 끊임없이 이어져왔다는 게 정설이다.

임태희 당시 노동부 장관과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의 2009년 싱가포르 회동을 시작으로, 북한이 폭로한 5월 비밀 접촉외에도 류우익 당시 주중대사의 6월 베이징 접촉설, 8월 남북 고위관계자간 접촉설 등이 직ㆍ간접적으로 외부에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우리 측은 천안함 사과와 비핵화를 위한 북한의 진정성 있는 태도 변화를 요구했고 북 측은 조건없는 대화와 경제 지원을 놓고 서로 ‘줄다리기’를 했지만 국면을 돌파할 상호 합의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다면 정상회담설의 유통기한은 만료된걸까. 쉽사리 단정짓기는 어렵다.

이 대통령의 변함없는 대북 강경기조에도 불구하고, 통일정책을 좌우할 고위관료들이 지난 9월을 시점으로 대거 ‘대화파’ 로 물갈이된 데다, 북ㆍ미 대화와 6자 회담, 남ㆍ북ㆍ러 가스관 사업 등 사태를 급변시킬 변수가 상존하고 있다.

집권 5년차 말미에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 노무현 정부의 선례도 있다.

무엇보다 11월 회담설의 진원지가 여당 대표의 입이라는 점에서 정상회담 논의가 일방적으로 없던 얘기가 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르 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정치적인 목적만으로 김 위원장을 만날 의사가 없다” 면서도 “김 위원장을 만나는 것이 필요하다면 회담을 가질 준비가 돼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통일부가 류우익 장관 체제로 말을 갈아탈 무렵부터 북한의 태도가 달라진 점도 간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북한은 지난 6월 초까지만 해도 남북 비밀접촉을 폭로하며 남북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가기도 했으나, 7월 하순 남북비핵화 회담 수용했고 북한 언론들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표현을 순화하기 시작했다. 우리 정부도 5.24 조치의 잠금장치를 일부 해제하고, 사회교류 차원의 방북을 승인했다.

“당장은 아니지만, 임기 내 정상회담은 여전히 가능하다”는 여권 일각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다.

이와 관련, 6자회담 수석대표인 임성남 신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중국에서 북경특파원들을 만나 “아직은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고 있다. 북한을 어느정도 압박하면서 지켜보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면서도 “최근 북한의 정세를 고려할 때 전향적 모습을 보일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양춘병ㆍ김윤희 기자@madamr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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