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문제
정부 “엘더스그룹 안왔으면 했는데…” 남북관계 개입 광폭행보에 떨떠름
뉴스종합| 2011-11-15 11:32
전직 국가 수반들의 모임 ‘엘더스그룹’이 통일부와 외교통상부 실무진들을 만나 대북 문제를 협의했다. 그러나 정작 정부 관계자들은 ‘잘하고 있는데 왜…’라며 떨떠름한 표정이다. 전문가들도 ‘큰 성과가 있긴 어려울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15일 통일부 등에 따르면 앤드류 위틀리 등 ‘엘더스그룹’ 실무진들은 이날 오전 통일부 김기웅 통일정책기획관과 외교부 임웅순 북핵외교기획단 부단장을 만나 대북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엘더스그룹’은 지미 카터 전 대통령 등 전직 국가 수반들의 모임이다.

위틀리 정책국장은 이날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 만나 북측 고위인사의 남북정상회담 의지를 전달하고, 남북 고위급 회담 개최와 관련한 한국 정부의 입장도 청취했다. 엘더스 그룹 관계자들은 이번 방한 직후 북한 방문 계획도 가지고 있어, 엘더스그룹의 이번 광폭행보가 향후 정상회담이나 고위급회담으로 이어질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오지말라는데…’라며 썩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월 방북했으나 별다른 성과없이 돌아와야 했고, 지난 7월과 10월에는 두 차례에 걸쳐 남북 비핵화회담도 진행됐다. 엘더스그룹의 역할은 ‘외교 채널’인데, 남북정상회담이나 고위급회담이 성사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외교 채널’이 없어서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정부 당국자는 “엘더스그룹은 공식적인 외교 통로가 아니다. 그 분들이 한국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고 싶어해서 이를 수락한 것 뿐이다”며 “올해 들어서만도 미국 협의와 남북 협의가 진행됐다. 외교 채널은 이미 충분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부 당국자도 “엘더스그룹이 남북관계 진전에 대해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한다”며 “하지만 남한과 북한은 올해 들어 이미 두 차례의 비핵화회담을 진행했다. 대화의 창구가 닫히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그들의 역할이 어떤 것이 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엘더스그룹의 방한ㆍ방북이 남북관계 진전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 보고 있다. 현재의 남북관계 악화 원인이 대화채널 부재 때문이 아닌 신뢰관계가 무너진 때문으로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현재 남북관계가 무너진 것은 상호 불신이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며 “엘더스그룹은 ‘북한이 남북정상회담 제안을 했다’고 밝혔지만 정황상 북이 먼저 제안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이 남북대화를 먼저 요청했던 사례는 없었다”며 “엘더스그룹의 제안을 북한이 긍정한 것을 가지고 엘더스그룹이 포장을 좀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석희 기자/hong@heraldcorp.com